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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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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 지역축제와 지역문화- 권경우(성북문화재단 문화사업부장)

  • 기사입력 : 2019-10-10 20:2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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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제는 지역문화의 꽃이다. 지역문화 영역에서 일을 하다 보니 여러 지역의 다양한 축제를 접하게 된다. 분명한 사실은 지역축제가 정말 많다는 점과, 그럼에도 그 많은 축제를 왜 하고 있는지 가끔은 궁금해진다는 점이다. 물론 지역문화의 확장과 맞물려 지역축제가 늘어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거니와, 전문가와 시민의 역량이 강화되면서 과거와 같은 획일적인 지역축제를 넘어 지역 특성을 살린 멋진 축제들도 많아졌다.

    그렇기에 축제가 많다는 것만으로 비판하는 것은 옳지 않다. 관점에 따라 축제와 같은 문화행사를 예산의 소모나 낭비로 보기도 하지만, 그렇게 보기 시작하면 사실상 모든 문화와 예술은 ‘예산 낭비’에 불과하다. 지역축제에 대한 비판은 그 축제들이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차별성을 보여주기보다는 유사한 방식과 형태의 축제들이 반복되면서 어느 순간 규모의 경쟁으로 치닫고 있는 데서 나타난다. 축제를 지역문화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관광산업 일변도나 정치적 관점으로 바라보게 되면 외부 이벤트기획사에서 일시적으로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전략을 취하게 됨으로써, 지역축제라는 이름으로 일정한 틀에 맞춰 크기만 다르게 찍어내는 상황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이런 일이 가능한 이유는 지역축제에 대한 잘못된 접근 때문이다. 지역축제는 지역문화의 중요한 콘텐츠이고, 이를 통해 다양한 지역문화와 역사문화자원이 결합되어 과거-현재-미래를 연결하는 공동체의 정체성이 지속될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역할을 감당한다. 축제가 일시적 이벤트일지라도 하루아침에 뚝딱 만들어져서는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전문가와 시민, 지자체 등 다양한 주체들이 오랜 신뢰와 경험을 쌓아가면서 지역의 역사와 문화 자원이 제대로 발현된 결과를 담아내야 한다. 간혹 지역축제가 엉망이 되는 이유는 축제를 ‘도구’로 생각하는 권력자와 그 주변에서 축제를 통해 ‘장사’를 하는 이들이 결탁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건강한 지역축제는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첫째, 축제 규모를 키우는 일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많은 지자체에서 지역축제를 대규모의 국제적인 축제로 키우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것은 모든 축제가 그래야 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그래야 하는 축제만 그렇게 하면 된다. 장사가 잘되는 작은 식당이 함부로 가게를 확장하지 않는 법을 배워야 한다.

    둘째, 지역축제의 본질을 잊으면 안 된다. 지역축제는 ‘공통 문화(common culture)’를 경험하고 축적하고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공통 문화는 곧 지역의 특이성이자 다른 지역과의 차별성으로 나타난다. 지역축제는 지역문화의 고유성과 특이성을 잘 담아내고 드러냄으로써 지역공동체 주민들에게는 스스로 정체성과 자부심을 갖도록 해야 한다.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외부의 대중들 또한 그 지역만의 고유한 정체성을 맛볼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동일한 기준의 경쟁이 아니라 각각의 차이가 잘 드러나게 하는 것이야말로 지역문화와 지역축제의 가장 중요한 방향이다.

    셋째, 지역축제는 지역의 독자적인 콘텐츠를 개발하고 확보해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지역축제를 위한 지역의 전문가 및 활동가를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단순히 직업으로서의 전문가가 아니라 지역문화를 함께 일궈 갈 실질적인 주체를 생산하는 일이다. 다양한 주체들이 결합할 수 있는 커뮤니티가 지역의 문화자원을 기반으로 콘텐츠를 발굴함으로써 공동의 자산으로 만들어가고 기억할 수 있어야 한다.

    지역문화 관점에서 지역사회의 건강지수를 측정한다면 어떨까? 가장 나쁜 상태는 지역사회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주체들이 ‘정치’를 염두에 두거나 눈치를 보면서 활동할 때이다. 소수 정치인을 위해 다수의 주민 활동가들이 존재할 때이다. 반대로 건강한 지역사회는 활동주체들 각자가 자신의 정체성과 역할을 적절하게 분배하고 있을 때이다. 정치는 그러한 활동의 결과로 만나는 지점에 불과하다. 정치가 전제되고 활동이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활동이 전제되고 정치가 따라와야 한다. 지역사회의 문제와 퇴행은 대부분 이 두 가지가 서로 바뀌어 있기 때문에 생긴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권경우(성북문화재단 문화사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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