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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7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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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 사주풀이] 추연의 ‘오덕종시설’은 신비적 역사철학이다

  • 기사입력 : 2019-10-04 07:5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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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연의 오덕종시설(五德終始說)은 각각의 왕조(王朝)는 그 왕조에 부여된 오덕(五德)의 운행논리에 따라 필연적으로 흥폐가 교체된다고 하는 일종의 신비적 역사철학이다. 추연은 진(秦)나라를 수덕(水德)의 왕조라 하고 그 이전의 4왕조 중 황제(黃帝)의 왕조를 토덕(土德)에, 하(夏)왕조를 목덕(木德)에, 상(商)왕조를 금덕(金德)에, 주(周)왕조를 화덕(火德)에 배치하여 오행상승(五行相勝)의 이론대로 각 왕조는 다음에 나타난 왕조에게 타도될 운명이었다고 설명합니다.

    그리하여 화덕(火德)을 이긴 수덕(水德)은 오행상승의 최후의 것으로서 왕조의 순환은 水德을 갖춘 진(秦)나라에서 그친다고 하여 진(秦)왕조의 정통성과 절대성을 주장하였습니다. 추연이 말한 오덕종시설은 얼마 안 되어 진나라가 망하고 한(漢)나라 왕조가 출현하면서 설득력을 잃게 됩니다.

    무제가 확장하고 선제가 굳건하게 다진 한나라는 선제의 아들이자 유교적 이상주의자인 원제(元帝)와 방탕한 쾌락주의자 성제(成帝)를 거치면서 급격하게 퇴락하게 되고 기원후 8년 외척 왕망(王莽)은 역성(易姓)혁명을 통해서 황제의 권력을 찬탈하고 신(新)을 건국하게 됩니다.

    한나라를 빼앗은 왕망은 신(新)나라의 정통성과 권력 찬탈의 정당성을 담보하기 위해 역사관이 필요했습니다. 이에 유명한 학자이자 왕망의 어용(御用)문인인 유흠은 추연의 오행상승(五行相勝)오덕종시설로는 왕망의 개국을 설명할 수 없게 되자 오행상생(五行相生)의 새로운 오덕종시설을 펼치게 됩니다.

    유흠의 저서 〈삼통력〉을 보면 ‘태호복희씨(太昊伏羲氏)는 木德이고 염제신농씨(炎帝神農氏)는 火德이고 황제헌원씨는 土德이고 소호금천씨(少昊金天氏)는 金德이고 전욱고양씨는 水德이고 제곡고신씨는 木德이고 제요도당씨(帝堯陶唐氏, 즉 요임금)는 火德이고 제순유우씨(帝舜有虞氏, 즉 순임금)는 土德이고 백우하후씨(伯禹夏后氏)는 金德이고 성탕은 水德이고 주무왕(周武王)은 木德이고 한나라(漢朝)는 火德이다’라고 쓰여 있습니다.

    木火土金水의 순서로 진행하는 오행상생의 원리로 보면 한나라의 덕을 이어받을 왕조는 하늘로부터 土德을 부여받은 왕조입니다. 왕망은 한나라를 찬탈한 뒤 황색을 귀히 여기고 적색을 천시하여 말하기를 “황덕(黃德)이 일어나고 화덕(火德)이 사라질 것이다”라고 하면서 스스로 신(新)왕조를 土德의 왕조라 천명했습니다.(황색은 土의 색입니다)

    /화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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