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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문화기획] 합포문화강좌 500회 금자탑

42년간 이어온 인문학 강좌, 지역 문화운동 이끌다

  • 기사입력 : 2019-09-18 08:3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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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지역에서 매달 문화강좌를 열어 인문학의 등대가 돼온 합포문화강좌가 이달 26일 500회를 맞는다.

    지역에서 인문학 강좌가 42년 동안 지속되는 것은 전국에서 최초로, 특히 지방 중소도시를 기반으로 벌여온 지역 문화운동 성과로는 이례적이다.

    그동안 합포문화강좌는 국내외 석학들을 초청해 인문, 정치, 경제, 문화, 교육, 국제관계, 지역문제 등 다양한 분야의 고견들을 경험하면서 함께 공부하고 고민해왔다. 합포문화강좌의 명과 암, 발자취를 되짚어본다.

    1992년 10월 9일 열린 179회 민족문화강좌./경남신문DB/
    1992년 10월 9일 열린 179회 민족문화강좌./경남신문DB/

    △설립 배경

    합포문화강좌는 지난 1977년 3월 17일 마산 희다방에서 노산 이은상 선생이 ‘충무공의 구국정신’을 주제로 제1회 민족문화강좌를 한 것이 시작이었다.

    1970년대 한국은 농경사회를 막 벗어나 산업사회로 발돋움하던 시기로, 우리 지역 역시 경제적으로 활기가 생기고 외지로부터 많은 사람이 유입되는 상황이었다. 지역 고유의 전통문화와 생활환경이 큰 변화에 직면하자 노산은 “경제가 아무리 풍요롭다 하더라도 정신문화가 뒷받침이 안되면 허망한 일”이라며 뜻을 같이하는 이들을 모아 합포문화강좌의 전신인 민족문화강좌를 열기 시작했다.

    합포문화강좌를 열고 있는 (사)합포문화동인회는 지난 1977년 노산 이은상의 권유로 조민규 전 이사장을 비롯해 민족문화협회 마산지부를 결성한 것이 모태가 됐다. 우리말을 깨끗이 사용하고 우리글을 가꾸며 우리 얼을 지키자는 표어와 함께 물 좋고, 공기 좋고, 인심 좋은 우리 고장의 문화예술을 숭상하고 체육을 장려하는 살기 좋은 우리 고장을 더욱 발전시켜 나가자는 취지에 동감한 이들이 많아 모임은 일사천리로 만들어졌다.

    노산 선생이 뜻을 전한 이듬해인 1977년 1월에 김형건, 이순항, 서익수, 이우태, 정재권, 김서곤, 정영희, 손재현 등 20여명이 모여 사단법인 민족문화협회 마산지부를 결성하고, 조민규 지부장 선임과 함께 곧이어 3월에 제1회 강좌를 열었다. 지난 1983년 합포문화동인회로 이름을 바꿨고 1996년엔 33명의 발기인으로 사단법인 창립총회를 개최해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합포문화동인회에서 펴낸 책들./경남신문DB/

    △발자취

    제1회를 시작으로 지난 7월 11일 열린 서현 서울대학교 건축학과 교수의 ‘즐거운 집짓기’까지 총 498차례 강좌가 열렸다. 그동안 각계 각층의 많은 학자를 비롯해 시인과 소설가, 연극인, 정치인, 종교인, 언론인, 과학자에서부터 재외교포, 외국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강사를 초빙해 강좌를 마련해왔다.

    사회 각계 일선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이론형 학자들과 현장에서 직접 발로 뛰는 실무형 리더를 모두 아울러 그들의 의견을 듣고 객석의 궁금증을 해소하는 방식으로 강연이 이뤄졌다.

    강사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마산 출신인 노재봉 전 총리와 정운찬 전 총리, 이상우 전 한림대 총장, 김종대 헌법재판소 재판관, 이명현 전 교육부 장관,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 이돈희 전 교육부 장관, 박수길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 의장, 김훈, 이문열, 성석제 소설가 등 내로라하는 국내외 석학들이 마산을 찾았다.

    강사만큼 강의 주제도 다양했다. 통일과 안보, 노동, 민주주의, 인권, 환경, 건강·의학 등을 비롯해 조류나 자연환경, 문학, 건축 등 우리 생활에 필요한 분야는 모두 소재로 삼았다.

    또 우리 지역의 문예창착 활동을 돕고 강좌의 강연 내용을 널리 보급하기 위해 ‘우리의 오늘과 내일’ ‘21세기 한국사회의 인식과 전환’ ‘세기를 넘어서’ ‘우리 시대 성찰과 전망’ 등 강좌기념도서를 발행했다.

    합포문화동인회는 합포문화강좌를 필두로 인간이 스스로를 업신여기고 생명을 경시하는 세태를 바로잡기 위해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위한 세미나’와 여성의 사회적 지위와 역할에 대해 이야기하는 ‘여성강좌’를 개설했다.

    또 교육의 위기를 염려해 학부모와 선생님이 함께 참여하는 교육포럼과 청소년(고등학생)을 위한 ‘영리더스 강좌’도 열어 다양한 연령과 계층이 모두 인문학적 소양을 늘릴 수 있도록 영역을 넓히고 있다. 또 정규학교 교육을 받지 못한 이들을 위한 학습의 장으로 야간학교인 ‘애솔배움터’도 운영하고 있다.

    조민규 전 이사장이 합포문화동인회에서 펴낸 책을 소개하고 있다./경남신문DB/
    조민규 전 이사장이 합포문화동인회에서 펴낸 책을 소개하고 있다./경남신문DB/

    △어떻게 운영되나

    합포문화강좌는 무료로 열린다. 강좌를 열기 위해서는 강사료와 장소 대여료 등 만만치 않은 행사비용이 발생한다. 현재 운영회원과 후원회원, 일반회원, 법인회원 등으로 나눠 회비를 각출해 운영하고 있다. 그동안 정부나 자치단체의 지원금을 받지 않다 최근 창원시로부터 강연 지원금을 일부 받고 있다.

    정회원은 지역에서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들과 변호사, 의사 등 전문직종에 종사하는 인사들이 주축이다. 문화운동을 표방한 설립목적에 따라 강좌나 음악회 등 모든 행사는 시민들에게 무료로 개방해 함께 나누고 있다.

    2006년 1월 19일 열린 제336회 정운찬 총리 초청 문화강좌./경남신문DB/
    2006년 1월 19일 열린 제336회 정운찬 총리 초청 문화강좌./경남신문DB/

    △명과 암

    매달 한 차례 여는 강좌는 지난 1977년 시작한 이래 천재지변 등 이유로 몇 번 강의를 못한 것을 제외하면 40여년 동안 꾸준히 열리고 있다. 특히 1979년과 1980년 5월 계엄령이 내려져 사회가 어수선할 때에도 중단된 일이 없이 강연을 이어갔다.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마산에서 이름난 강사를 초빙하려면 시간과 공이 들어 섭외가 쉽지 않았다. 2010년 서울-마산 KTX 운행이 시작되기 전까지는 비행기를 이용해 강사들을 초대했다. 조민규 전 이사장이 직접 김해공항을 찾아 강사들을 맞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조 전 이사장은 “비싼 강사료 대신 식사와 교통비 정도를 받고도 석학들이 마산을 찾아줘 진심으로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긴 세월 동안 먼 길을 온 유명 강사들 덕분에 우리 강좌의 명성이 전국에 퍼지게 됐다”고 말했다.

    회원들이 많이 바뀌고 강좌의 성격도 다소 변했지만 노산의 ‘그늘’이 남아 있다 보니 노산에 대한 친일, 친독재 논란이 불거질 때면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13년 창원시 마산회원구 마산역광장에 설립된 이은상의 ‘가고파 노래비’ 설치 때도 반대하는 이들이 노래비 뒷면에 파란색 페인트를 투척하자 합포문화동인회 회원들이 나서서 지우기도 했다. 하지만 친일은 실제 확인된 바 없고 친독재 부분은 여전히 사람들에 따라 시각차이가 있는 상태다. 강좌나 행사가 보수적으로 치우쳤다는 비판도 지속됐다. 이에 대해 강 이사장은 “합포문화강좌를 살펴 보면 그런 지적이 무색하다”며 “진영에 상관없이 지역민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주제를 선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1년 5월 20일 오후 창원시 마산합포구 사보이호텔에서 열린 합포문화동인회 민족문화강좌 제400회 기념강좌에서 참석자들이 강연을 듣고(위), 출판기념회 만찬에서 축하 떡을 자르고 있다./경남신문DB/
    2011년 5월 20일 오후 창원시 마산합포구 사보이호텔에서 열린 합포문화동인회 민족문화강좌 제400회 기념강좌에서 참석자들이 강연을 듣고(위), 출판기념회 만찬에서 축하 떡을 자르고 있다./경남신문DB/

    △500회 프로그램 소개

    합포문화동인회는 500회를 맞아 특별강좌와 음악회, 기념식 등을 마련한다. 19일 오후 7시 15분 BNK 경남은행 본점 지하 2층 대강당에서 제499회 강좌가 열린다. 정창영 전 연세대 총장이 강단에 서 ‘민본경제- 따뜻한 마음, 냉철한 이성’을 주제로 강연한다.

    500회 강좌는 일주일 뒤인 26일 오후 7시 15분 같은 곳에서 열린다. 이태수 서울대 철학과 명예교수가 ‘정의로운 사람, 정의로운 나라’라는 주제로 인문학 강좌를 마련한다.

    오는 27일엔 500회 기념식과 제3회 조민규봉사상 시상식이 열린다. 401회부터 500회까지의 강좌 내용 일부를 실은 강좌기념도서 출판기념회 발간 기념 행사도 함께 마련된다.

    11월 6일엔 제35회 노산가곡의 밤 및 기념음악회로 자축 무대를 연다. 창원시립교향악단 김대진 상임지휘자의 지휘와 시향 단원들의 연주로 임선혜 소프라노 등 성악가들이 함께 무대에 선다. 특히 이은상의 시 가운데 미발표곡 2곡도 함께 들려줄 예정이다.

    정민주 기자 joo@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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