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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6월 26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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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665) 제24화 마법의 돌 165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 기사입력 : 2019-09-09 07:5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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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 아버지도 몸조심 하세요.”

    이재영이 전화를 끊었다. 허정숙은 말자와 함께 수육을 끓이고 칼국수를 삶았다. 이재영은 저녁을 먹으면서 술도 마셨다. 전쟁에 대해서는 거의 알 수 없었다. 일제강점기 때 일본 신문들이 황군이 승리를 했다는 전승 보도를 하고, 일본군이 행군하는 모습을 대구에서 보기는 했다. 그러나 전쟁을 직접 경험하지는 못했다.

    이정식은 학도병으로 끌려가 전쟁의 참혹함을 목격했다. 총탄이 빗발치고 포탄이 폭발할 때 불덩어리가 치솟는 것을 보았다고 했다. 병사들이 피투성이가 되어 비명을 지르고 산산이 찢어져 날아가는 것을 보았다는 것이다.

    여자들은 겁탈을 당했다. 일본군은 어른과 아이를 가리지 않고 여자들을 겁탈하고 살해했다. 이재영은 그러한 일이 벌어질까봐 걱정이 되었다. 그러나 같은 민족이었다. 같은 민족이 전쟁을 한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밤에는 잠이 오지 않았다.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는데 허정숙이 그를 껴안았다. 이재영은 허정숙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잠을 잤다. 잠자리가 뒤숭숭했다.

    6월26일 날이 밝았다. 전쟁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었다. 그러나 어디에서 전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라디오에 계속 귀를 기울였다. 여기저기 전화를 해보았으나 상황을 알고 있는 사람이 없었다. 치안국장 이종일에게도 전화를 했으나 자리에 없다고 했다. 이승만 대통령이 국민들은 안심을 하라는 방송을 했다. 이재영은 그날 밤도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었다.

    이재영은 아침을 먹고 회사로 출근했다. 회사도 전쟁 때문에 어수선했다. 백화점은 문을 열었으나 손님들은 절반도 되지 않았다.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전쟁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사장님, 금고의 돈과 중요한 서류는 저희 집 뒤뜰에 묻었습니다. 집사람과 아들도 모릅니다. 저희 집 아시지요?”

    이철규가 굳은 얼굴로 말했다. 이재영은 이철규가 지나친 것이 아닌가하고 생각했다.

    “자네 집에 가보았으니 알지.”

    이철규의 집은 신당동에 있었다. 지난 겨울에 어머니 환갑잔치를 했기 때문에 축하해주러 간 일이 있었다.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인민군이 벌써 의정부까지 내려왔다고 합니다.”

    “그게 사실이야?”

    이재영은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것 같았다.

    “국방부에 있는 사람을 통해 들었습니다. 내일은 백화점을 닫도록 하지요.”

    “그렇게 하게.”

    이재영은 점심 때가 되자 청운각에서 연심과 점심을 먹었다. 회사로 돌아오는데 피난민들이 몰려오는 것이 보였다.

    ‘왜 이렇게 피난민들이 많이 내려오는 거지?’

    이재영은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이철규의 말이 옳은 것 같았다. 피난민들은 의정부에서 온다고 했다.

    옆집에서 사내가 찾아왔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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