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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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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633) 제24화 마법의 돌 133

“피곤하면 내가 운전할게요”

  • 기사입력 : 2019-07-24 08: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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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 단양에 갈래요?”

    대구에 내려온 지 이틀이 되었을 때 류순영이 눈웃음을 치면서 물었다.

    “날씨도 더운데 단양에는 왜 가?”

    “우리가 매입한 산 있잖아요? 거기 산에 집이 한 채 있어요. 아무도 살지 않는데… 여름을 거기서 나면 어때요?”

    어느덧 중복도 지났다. 보름이면 여름도 끝날 것이다.

    “거기는 시원해?”

    “산 중턱이라 시원해요. 나하고 피서나 가요.”

    “우리 둘이서? 애들은 어떻게 하고?”

    “애들은 우리가 없으면 더 좋아할 텐데요. 뭐. 신혼 때처럼 재미도 보고….”

    류순영이 웃음을 깨물었다. 얼굴이 소녀처럼 살짝 붉어졌다.

    “당신이 원하면 쉬었다가 옵시다.”

    “백화점은 괜찮겠어요?”

    “전화하면 돼.”

    서울에서의 사업을 관리하기 위해 회사를 설립했다. 회사는 이철규가 부사장을 맡고 박민수가 부장을 맡았다. 박민수는 처음에 개인비서로 거느리려고 했으나 능력이 출중하여 부장으로 발탁했다.

    “그럼 내일 떠나요. 진주와 부산도 가고… 우리 삼일상회가 있는 곳을 돌아요. 서울에는 가을에 올라가고….”

    “그러지 뭐.”

    이재영은 류순영과 약속을 했다. 서울은 온통 정치 이야기뿐이었다. 정당들이 서로 싸우고 미군정이 끝나면 나라를 세운다고 아우성이었다. 그러한 소식들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고 싶었다.

    이튿날부터 이재영은 류순영을 차에 태우고 남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류순영은 옆에 앉아서 즐거워했다. 끼니 때가 되면 맛있는 음식도 사 먹고 원두막에서 참외도 사먹었다.

    온천에 들러서 목욕도 하고 해운대에서 바다를 보면서 회도 먹었다. 그렇게 닷새 동안 남도지방을 여행한 뒤에 대구로 돌아왔다.

    대구에서 하루를 쉰 뒤에 이부자리와 쌀과 반찬거리를 챙겨서 단양으로 출발했다.

    “피곤하지 않으세요?”

    류순영이 행복한 표정으로 물었다.

    “괜찮아. 쉬엄쉬엄 운전을 하는데 뭐.”

    “피곤하면 내가 운전할게요.”

    “아니야.”

    이재영은 계속 핸들을 잡았다. 단양까지는 거의 하루가 걸렸다.

    류순영이 산 산은 이름이 계족산이었다. 지네가 많아 닭을 풀어 지네를 없앴다는 전설이 있는 산이었다.

    전에 왔을 때는 산을 둘러보기는 했으나 올라가 보지는 않았다. 자동차가 계곡을 따라 울통불통한 산길로 올라갔다. 한참을 올라가자 길에 잡초가 무성했다. 풀숲 길로 올라가자 출입을 금지시키기 위해 철망을 쳐 놓았다.

    글:이수광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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