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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한국당, 엉덩이춤 다음엔 뭔가- 이상권(정치부 서울본부장)

  • 기사입력 : 2019-07-09 20:3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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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망하기 짝이 없다. 어떻게 그런 해괴망측한 발상을 했는지 궁금하다. 자유한국당 여성 당원 행사의 엉덩이춤 얘기다. 행사 취지는 여성 당원 결속력을 다지고 여성의 정치 참여 확대를 모색하는 의미 있는 자리였다.

    한데 경남도당 여성 당원들이 바지를 내리고 엉덩이춤을 추는 엽기적 장기 자랑을 벌였다. 속옷을 연상케 하는 옷에다 ‘한국당 승리’라는 글자를 적었다.

    지난달 26일이니 보름 정도 지났다. 시간이 지나면 기억에서 사라지겠지만 아직은 그 망각의 문턱을 넘지 못했나 보다. ‘화끈한’ 퍼포먼스는 당사자들의 바람과는 달리 줄기차게 회자하고 있다. 여성을 도구화하고 희화화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경솔’ ‘천박’ ‘흉물’ ‘저급’ 등 온갖 비난이 쇄도한다. 논란 주체가 경남도당이란 점도 지지 정당을 떠나 도민에게 모멸감을 안겼다는 비난이 적지 않다.

    당시 행사장에는 황교안 대표, 나경원 원내대표 등 지도부도 참석했다. 볼썽사납고 낯 뜨거운 춤을 춘다고 여성 친화형 정당이 되는 것은 아니다. ‘미투(me too)’ 운동 이후 변화한 성 인지 감수성을 따라잡지 못한다는 손가락질만 받았다.

    한국당은 “사전에 예상치 못한 돌발 행동이었으며 다른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한데 이튿날 황 대표의 푸념은 제1야당 대표의 발언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다. “언론이 좌파에 장악되어 우리가 좋은 메시지를 내놓아도 보도가 안 되고 실수하면 크게 보도된다”고 했다. 이번 사태가 확대 재생산된 게 언론 탓이란 얘기다. 통렬한 반성은 없고 ‘네 탓’뿐이다.

    이런 중앙당의 ‘대승적’ 해명에 뜻을 같이했는지 당사자인 경남도당은 입을 닫았다.

    해명이 또 다른 말꼬리를 무는 게 정치권 속성이란 대명제에 충실한 듯 보인다. 정치권에서 흔히들 들먹이는 ‘프레임’에 갇히지 않으려는 잔꾀라는 건 짐작하고도 남는다. 그저 비바람이 몰아칠 때는 납작 엎드려 있는 게 상책이란 전략 정도로 읽힌다.

    최근 들어 한국당은 속칭 ‘꼰대 정당’ 이미지를 벗기 위해 청년과 여성 마음잡기에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외연 확장을 위해 시도하는 행사가 번번이 곤혹스런 처지에 빠지는 불행의 씨앗이 됐다. 걸핏하면 터지는 황 대표의 말실수를 포함해 일련의 사태들은 아직도 위태위태한 현실을 절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최근 황 대표는 외국인 노동자임금 차별 발언에 이어 스펙 없이도 대기업에 취업한 사례로 자기 아들을 들어 구설에 올랐다.

    한국당에서 잇단 자책골이 터지니 민주당은 쾌재를 부른다. “우리가 야당 복(福)은 있다”는 비아냥까지 나왔다.

    한때 한 자릿수까지 추락했던 한국당 지지율은 얼마전 20%대까지 회복했다. 정권의 경제 실정 등에 대한 반발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한다. 그렇다고 한국당을 대안 정당으로 연결하는 건 오산이다. 한국당 스스로 반등의 모티브를 제공한 건 아니기 때문이다. 그저 반사이익일 뿐이다.

    한국당은 창원 성산과 통영·고성에서 치른 지난 4·3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통해 지지세 회복에 상당한 자신감을 얻었다. 하지만 이런 추세가 내년 총선까지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그동안 보여준 안일한 현실 인식에 비춰보면 엉덩이춤에 이어 또 다른 ‘사고’를 칠 개연성은 차고 넘친다. 정부·여당에 실망하더라도 한국당 지지로 돌아서지 않은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지 않겠나.

    이상권 (정치부 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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