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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속으로] 영화 ‘노무현과 바보들’ 감독 김재희

“영화 등 다양한 플랫폼 구축해 경남 문화산업 발전 힘 될게요”

  • 기사입력 : 2019-06-20 20:5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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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희(43)씨가 ‘영화를 찍는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은 건 지난해 봄이었다. 당연해 보였다. 영상을 다루는 창작자가 흘러가는 자연스러운 경로 같았다.

    그런데 그가 제작할 영화가 노무현 대통령에 관한 다큐라고 했다. 노무현? 어리둥절했다. 대한민국에서 노무현만큼이나 논쟁적인 아이콘이 또 있을까.

    영화는 지난 4월 개봉해 전국 극장에서 상영되었고, 이낙연 총리를 비롯한 많은 정치인들이 영화를 보러 왔다. 과연 진주를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감독이 풀어낸 노무현은 어떤 모습일지. 진주의 한 카페에서 김재희씨를 만났다.

    영화 ‘노무현과 바보들’의 김재희 감독이 영화에 담지 못한 이야기로 만든 책을 들고 있다./김승권 기자/
    영화 ‘노무현과 바보들’의 김재희 감독이 영화에 담지 못한 이야기로 만든 책을 들고 있다./김승권 기자/

    ◆영상 기획자 김재희

    영화 이야기를 하자면 먼저 김재희에 관해 말할 필요가 있다. 그는 이미 20대부터 영상 기획자로 지역에서는 독보적인 존재로 자리매김한 인물이다. 코리아 드라마 페스티벌 미디어 홍보팀장, 경남 미디어 영상위원회 사무국장을 거쳐 현재는 ‘오프 스테이지 라이브(Offstage Live)’, ‘휴먼스 오브 진주(Humans of Jinju)’, ‘디스커버 진주(Discover Jinju)’ 디렉터로 활동하고 있다.

    ‘오프 스테이지 라이브’는 국내외 뮤지션을 경남으로 초대해 원테이크 라이브 뮤직비디오를 제작하고 공유하는 플랫폼이며, ‘휴먼스 오브 진주’는 시민들의 사진과 이야기를 담아내는 플랫폼, ‘디스커버 진주’는 진주의 아름다운 풍광을 사진과 영상에 담아 공유하는 플랫폼이다. 지역에서 흔치 않은 다양한 창작 플랫폼을 꾸준히 꾸려오면서 그는 ‘기획자’로서 이름을 알렸고, 2016년에는 삼성이 갤럭시 S7과 ‘오프 스테이지 라이브’ 협업을 제안하면서 전국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이들 플랫폼은 기업에서 매입 제의도 종종 들어올 정도로 수준 높다.

    ◆IT 사업가의 변신

    사실 그는 IT업계에서 잔뼈가 굵었다. “경상대 생물학과를 졸업했는데, 학교 다닐 때 전공에는 관심이 없었고 늘 IT 관련 구상만 했죠. 군 제대를 한 후 1998년에 창업을 했어요.” 당시 지역에는 거의 없던 웹에이전시를 열어 무수한 기업들의 온라인 시스템을 구축하며 적지 않은 돈을 벌었다. 독특하게도, 그가 영화판으로 흘러가게 된 계기가 바로 여기 있었다.

    “문화에 대해 다루는 플랫폼이 이제 겨우 막 생길 때였어요. 카메라 동호회니 커뮤니티 같은 것들이요. 그런 모임의 도메인, 서버를 만드는 작업을 했거든요. 그 과정에서 인터넷 생방송을 처음 시도해보기도 하고, 다양한 분야의 제작자들과 협업을 해보면서 기획자로서 눈을 떴죠.”

    문화산업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레 더 큰 장(場)으로 옮겨갔다. 2006년 코리아 드라마 페스티벌 미디어 팀장 공채에 원서를 넣어 뽑히면서다. 이때의 경험을 살려 그는 2010년에 경남 미디어 영상위원회를 만들었다. 영상기술포럼을 열어 지역 영상 전문가를 키우기 위해 교육을 했고, 최신 기기를 갖추어 제작자들에게 대여했다. 또 경남지역 로케이션 DB를 구축하는 등 괄목할 만한 성과들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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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노무현과 바보들’ 김재희 감독.

    ◆영화제작은 각성의 연속

    “순진했죠. 제작사에서 영화감독 제의가 들어왔을 때, 이 정도면 내가 풀어낼 수 있겠다 생각했어요.” 어떻게 영화 제작을 하게 되었냐는 물음에 그가 한 대답이었다.

    그는 불쑥 논어를 빗대었다. “송나라에는 논어를 해석하는 이름난 학자만 3000명이 넘었다고 하죠. 노무현 대통령도 다르지 않을 것 같아요. 노무현 이름 석 자만 들어도 대한민국 국민 5000만이 한마디씩 거들 겁니다. 그런 사람에 대한 다큐를 찍겠다고 호기롭게 덤볐으니, 제가 순진했죠.”

    그는 ‘영화를 만드는 하루하루가 각성의 연속이었다’고 덧붙였다. “정치적 각성이랄까요. 제가 코리아 드라마 페스티벌에서 실무를 보던 때가 참여정부 시절이었어요.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은, 뭔가 개운치 않은 경험이었거든죠. 일종의 찜찜함이랄까요, 그런 게 있었죠. 그러다가 영화를 통해 제가 그분의 삶을 더듬게 된 거죠.”

    ‘정치적 각성’은 86명의 노사모 회원들을 만나면서 그를 흔들어 깨웠다. 2만㎞ 넘게 전국을 3바퀴 일주하며 그들을 인터뷰했다. “영화제작 과정 자체가 노사모의 시작과 끝을 함께하는, 일종의 감정노동이었어요. 회사원, 주부, 학생, 슈퍼주인이었던, 정치라고는 모르는 평범한 사람들이 노무현을 통해 더 나은 세상을 꿈꿀 때, 나는 뭐했나 하는 각성이 시시각각 저를 덮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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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노무현과 바보들’ 김재희 감독.

    ◆영화 노무현과 바보들

    ‘노무현과 바보들’은 작년 4월부터 촬영에 들어가 지난 4월 17일 개봉했다.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제작비를 모았고, 영화에 담지 못한 이야기는 2권의 책으로 펴냈다.

    영화는 노무현 대통령이 종로 지역구를 버리고 부산으로 내려와 국회의원에 낙선하는 장면부터 시작해 대통령 당선과 재임 시절, 봉하마을로 돌아가 생을 마감할 때까지 노사모 회원들의 증언이 교차되면서 진행된다.

    “영화를 유심히 보면, 봄-여름-가을-겨울 4계절을 따라 이야기가 펼쳐진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겁니다. 노사모 돌풍이 일고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된 후 노사모들은 환희에 젖죠. 거기까지가 봄이에요. 즉 당선 후부터 본격적으로 일을 해야 하는 여름이 닥친 겁니다. 그런데 모두 자기들이 할 일이 끝났다고 생각했죠. 이제 대통령이 되었으니 알아서 열매를 수확하겠지, 그런 마음.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은 지지기반 없이 홀로 기득권의 공격에 맞서야 했어요. 그러느라 여름은 흘러갔죠. 여름에 일을 하지 않았으니 가을에 결실이 없는 것은 당연하고 겨울은 더욱 혹독했죠. 제가 가을이라고 설정해놓은 장면이라 해봐야 노 대통령이 손녀를 자전거에 태우고 봉하마을을 지나가는 장면이 전부예요. 곧 검찰소환과 죽음, 즉 혹독한 겨울이 닥쳐오죠.”

    그는 과거로부터 얻은 교훈을 기억하라는 메시지도 던졌다. “지금 정치 상황을 한번 보세요. 문재인 정권을 공격하는 방식이 참여정부 때와 다르지 않아요. 같은 패턴이 반복되고 있는데,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이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어요.”

    ◆영화, 그 후의 아쉬움

    김씨는 ‘노무현과 바보들’ 감독판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한 일에 대한 재평가를 해보고 싶은 마음이란다. 그러니 노무현에 대한 자신의 각성은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도 고백했다.

    “많은 자료를 접하면서 노무현 대통령이 하신 말씀 중 어렵거나 복잡한 이야기가 하나도 없다는 걸 알고 놀랐어요. 중요한 건데, 구현이 안 되니까 같은 말씀을 반복해요. 그런데 우리는 제대로 듣지 않았죠. 그러니 그를 그렇게 보내버린 것이 아닐까. 뒤늦게 이런 생각이 들어요. 물론 우리의 논의는 여기서 멈춰선 안 되고, 이제는 노무현이라는 카테고리가 민주주의와 시민사회 영역으로 넓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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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노무현과 바보들’ 김재희 감독.

    ◆경남 문화산업을 위한 포부

    김씨는 영화제작이 그리 특별한 일, 호들갑 떨 일은 아니라고 못을 박았다. 그가 공을 들여온, 다양한 플랫폼을 구축하는 한 방식일 뿐이라고 그는 설명한다.

    “영화 제작은 플랫폼을 강화하고 채널을 다양화하는 일종의 수단이죠. 그것을 위해 여러 활동을 해왔었고, 영화도 그 일부죠. 내가 부대끼고 사는 지역사람들, 이 지역에 관한 정보들을 공유하고, 이것이 문화가 되는 것이죠.”

    그는 플랫폼 ‘디스커버 진주’를 ‘디스커버 경남’으로 이름을 바꾸고 지리적 저변과 분야를 넓혀 도내 여러기관과 다양한 층위의 문화사업을 진행해볼 계획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는 그의 오랜, 큰 꿈이 자리 잡고 있다.

    “오랫동안 경남의 문화사업에 관심을 갖고 일을 해왔습니다. 공적 영역에서 경남 문화산업의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었고, 지금도 진행형이에요. 기본적으로 창작자들에겐 자신이 사는 지역에 대한 사명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진주시 해외홍보대사, 경남도 지속발전 협의회 위원 등의 일도 맡고 있어요. 가치있는 역할을 할 수 있는 날을 위해 나름대로 차곡차곡 준비 중입니다.”

    김유경 기자 bora@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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