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 07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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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인] 이병규 김해 생명나눔재단 이사장

“시민 주도 ‘지속 가능 복지공동체’ 만들 것”
지속적 나눔 위해 2004년 시민들이 설립
재단 출발부터 함께해 올해로 15년째

  • 기사입력 : 2019-06-12 21: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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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나 지자체 지원 없이 시민들의 힘만으로 운영되는 지역 사회복지재단이 김해에 있다. 올해 설립 15년째를 맞은 생명나눔재단이 그것이다. 생명나눔재단은 2004년 155명의 시민이 참여해 설립한 김해 최초의 지역 재단이다.

    재단은 설립 이후 줄곧 정부의 재정지원에 의존하지 않고 시민들의 자발적인 후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주요 사업으로 소아 난치병 지원, 저소득 노인 지원, 저소득 아동 지원, 장애인·다문화 지원 등이 있다. 특히 2011년 김해에서 발생한 묻지마 망치 폭행 사건, 지난해 서상동 원룸 화재 사건 등 큰 사건이지만 도움의 손길이 닿기 어려운 곳에도 적극적인 지원 활동을 펼친다. 생명나눔재단이 재정 지원 없이 오랫동안 기부 활동을 이어온 비결과 향후 목표를 이병규 이사장을 만나 들어봤다.

    이병규 김해생명나눔재단 이사장이 생명나눔재단의 성과와 목표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성승건 기자/
    이병규 김해생명나눔재단 이사장이 생명나눔재단의 성과와 목표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성승건 기자/

    -생명나눔재단은 어떤 곳?

    ▲우리가 일상적으로 나눔의 개념을 생각하면 기부금을 모았다가 어려운 곳에 한순간에 지원하는 것을 떠올리기 쉽다. 이와 달리 생명나눔재단은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인 나눔을 위해 시민들이 모여 만든 단체이다.

    생명나눔재단의 시작은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김해 장유에 한 소아암 어린이가 형편이 어려워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었다. 이에 지역에서 뜻있는 사람들이 후원금을 냈고 김장 사업을 통해 병원비를 모았다. 하지만 돈을 전달하기 위해 아이를 찾았을 때는 이미 사망한 후였다. 당시 지역 시민사회에서는 이 사건을 놓고 사회적 타살로 규정했다. 최소한 돈이 없어 치료도 못 받고 아이가 죽는 일은 다시는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모였다. 이후 2003년 여기에 공감한 시민들이 재단을 만들기로 의기투합했다. 당시 시민설립자 155명이 1억4000만원의 기금을 만들어 생명나눔재단이 2004년 정식 출범하게 됐다.

    -생명나눔재단과 함께하게 된 계기는?

    ▲생명나눔재단의 첫 시작부터 함께했다. 교사로 일하며 아이들을 가르치는 입장이었기에 당시 치료비가 없어 사망한 아이 사건은 더 큰 아픔이었다. 이 같은 사고가 재발하지 않기 위해 시민사회 중심으로 논의가 이어졌고 당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김해중등지회장을 맡고 있었던 터라 자연스럽게 초기 회원으로 참여하게 됐다. 초기 회원들은 도원이라는 식당에서 첫 회의를 가졌는데 그것이 생명나눔재단의 시발점이 돼 요즘에는 ‘도원결의’라는 이름으로 회자되고 있다.

    교직생활을 하며 일회성 성금 모금을 보면서 한계를 느꼈고 학생들에게는 작은 도움이라도 꾸준히 실천하라고 가르쳐 왔다. 이 부분에서 생명나눔재단의 활동과 관점이 일치해 기쁜 마음으로 활동을 이어오면서 이사장까지 맡게 된 것이 아닌가 싶다.

    -생명나눔재단의 그동안 성과는?

    ▲생명나눔재단의 주된 사업은 소아암·난치병 지원사업이다. 소아암이나 난치병으로 투병 중인 환자들에게는 치료 과정이 힘들 뿐만 아니라 경제적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 적극적인 지원과 더불어 안정적·지속적 치료가 이어질 수 있는 지원 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05년부터 올해 5월까지 소아암·난치병 아동 163명에게 지원이 이뤄졌고 금액은 39억4132만원에 이른다.

    또 저소득층 노인 지원 5억2661만원, 저소득층 아동 지원 7억2216만원, 장애인 지원 2억9252만원 등 사업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10월 10명의 사상자를 낸 김해 서상동 원룸화재 사건 때는 피해 아동이 한국 국적이 아니어서 기존 시스템에서 지원에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 재단은 당시 사고 피해자들에게 지금까지 9904만원을 지원하며 치료와 재기를 돕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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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규 김해생명나눔재단 이사장.

    -재단이 재정적 지원 없이 독립 운영되는 비결은?

    ▲재단 첫 발족부터 재정 지원을 받지 않고 활동하기로 뜻을 모았다. 지원을 받지 않는 이유는 국비든 지방비든 예산이 지원되면 사업이 한정된다는 것에 있다. 지원을 받기 시작하면 추진 사업을 행정의 틀에 맞춰야 하는 일이 발생하고 또 그 다음해 예산을 받기 위해 그 일이 고정된다. 그렇게 되면 조직은 경직되고 인력 등의 한계로 인해 새로운 콘텐츠 확장에 지장이 생긴다.

    재단은 시민 주도로 운영되다 보니 여러 분야에 시대적 흐름에 맞게 다양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이런 유동적이고 주체적인 활동이 시민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켜 지금까지 별도의 후원 회원 모집 활동이 없었음에도 재단이 유지돼 온 것이라고 본다.

    더불어 기부·지원 콘텐츠를 확대하고 초기 회원들의 나눔의 철학이 이어지며 조직 구성원들이 사회복지 운동을 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업무에 임하는 것도 큰 디딤돌이 되고 있다.

    -그렇다면 지원 콘텐츠 확장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첫손님가게’를 통해 새로운 기부문화를 정착시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첫손님가게는 사업에 참여하는 상점에서 그날 첫 손님이 결제한 금액을 그 손님 이름으로 기부하는 사업이다. 기존의 간접적인 기부방식을 넘어 가게손님이 기부자가 될 수 있는 직접적인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지역 상점 80여 곳이 참여하고 있고 2013년 첫 시작 이후 현재까지 3억5800만원을 모금했다. ‘초콜릿백신’은 지역 의료기관과 빈곤가정, 이혼가정, 다문화가정, 한부모가정, 소년소녀가정, 입양가정 등의 아동을 1:1 매칭해 매월 일정한 금액의 교육비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초콜릿백신은 기부자와 대상자가 멘토로 연결돼 교복·의료·학습지원 등 다양한 방법으로 2차 지원이 이뤄지는 사업이다. 39곳 의료기관이 참여하고 있고 2015년 첫 시작 이후 현재까지 2억1405만원이 모금됐고 2억1990만원이 지원됐다.

    -향후 재단의 목표는?

    ▲재단은 사회적경제기업을 활용해 기부 콘텐츠 개발에 힘쓰고 있다. 지난 2014년 문을 연 회현당이 콘텐츠 다양화의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회현당은 지역 주민 535명의 펀딩으로 탄생한 폐지 줍는 할머니들의 커피숍으로 전국 최초의 폐지 줍는 어르신을 위한 사회적경제기업이다. 회현당에서 할머니들은 커피를 내리고 직접 참기름도 만들어 판매한다. 발생한 수익은 할머니들의 인건비와 기부금으로 쓰인다.

    또 소아암·난치병 아동의 안정적인 치료와 환아 부모들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사업도 추진 중이다. 난치병 아동을 둔 가정은 경제가 파탄이 된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회현연가’는 재단이 계획하고 있는 환아 부모들의 일자리 지원 사업이다. 지역의 낙농산업과 연계한 6차 산업으로 사업을 구상 중이다. 현재 1년이 넘게 치즈가공 교육이 진행되고 있고 사업이 시작되면 치즈체험학교, 치즈카페를 운영할 계획이다.

    재단의 활동은 시민운동 차원의 성격도 있기 때문에 그 시대와 사회에 맞는 기부 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 새로운 기부 문화를 구축하기 위해 한 사업에 국한되거나 매몰돼 있으면 안 된다. 재단 구성원들이 이런 생각을 공유하고 있어 앞으로도 충분히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 같은 사업 다변화를 통해 일방적인 지원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경제적 선순환이 되는 사회복지문화 정착에 더욱 노력하겠다.

    조규홍 기자 hong@knnews.co.kr

    ☞ 이병규 생명나눔재단이사장은?

    1961년 김해시 화목동 출신으로 1985년 의령군 신반중학교 과학교사로 교직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2018년 2월 마산 합포여자중학교 교사로 퇴임했다. 2002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김해중등지회장, 2003년 민주노총 지역협의회 의장·김해교육연대 의장 등을 역임했다. 2005년부터 2017년까지 12년간 생명나눔재단 이사를 역임했고, 2017년 9월 재단 이사장에 선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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