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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602) 제24화 마법의 돌 102

“서울에서 살고 싶소?”

  • 기사입력 : 2019-06-11 08: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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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은 활기가 넘치고 있었다.

    “여기는 처음인데 반찬이 아주 많네요.”

    나츠코가 음식을 먹으면서 생긋 웃었다. 안국동의 요릿집은 반찬이 30가지가 넘었다. 조계사 뒤 골목은 전통적으로 요정과 요릿집이 많다.

    “이곳은 서울에서 요릿집들이 가장 많은 곳이오.”

    이재영은 빙긋이 웃었다. 나츠코는 점심식사를 맛있게 했다. 이재영도 음식이 마음에 들었다.

    “이젠 대구에서 사는 거죠?”

    후식으로 수정과를 마시면서 나츠코가 물었다. 나츠코가 입고 있는 검은색 치마와 하얀 저고리가 잘 어울렸다. 나츠코는 기모노를 즐겨 입었는데 이제는 조선인처럼 치마저고리를 입고 있었다.

    “서울에서 살고 싶소?”

    “아니에요. 대구에서 살고 싶어요.”

    나츠코가 요염하게 웃었다. 식사를 마치고 잠시 쉰 뒤에 대구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서울에서 대구로 가는 길은 조선을 떠나는 일본인들이 많았다. 인천에서도 일본을 오가는 배가 있었으나 며칠씩 기다려야 했고, 늦는 경우에는 짐 때문에 한 달씩 기다리는 경우도 있었다. 이재영은 한 시간을 운전하고 쉬고 두 시간을 운전하고 쉬었다. 나츠코는 이재영이 쉴 때마다 어깨를 주물러주었다. 서울에서 대구로 돌아오자 밤이 깊어 있었다. 이재영은 달성집에 나츠코를 내려주고 짐도 풀었다.

    ‘나츠코는 이제 힘들게 살게 되겠구나.’

    이재영은 대구의 집으로 돌아오면서 착잡했다.

    류순영은 이튿날 점심때가 되어서 돌아왔다. 단양의 산은 매물로 나와 있지만 일본인이 주인이어서 사지 않았다고 했다.

    “조선을 떠나는 사람인데 굳이 살 필요가 없을 것 같았어요.”

    류순영의 말에 이재영은 웃음이 나왔다.

    “왜 웃어요?”

    “그러면 단양에는 왜 갔다가 왔소?”

    “단풍놀이 갔지요.”

    “이 여자가 바람이 났나?”

    “이이가…!”

    류순영이 하얗게 눈을 흘겼다. 이재영은 피식 웃었다. 공연한 말을 했다고 생각했다.

    “당신 나 없는 사이에 바람피우지 않았어요?”

    류순영이 추궁을 하듯이 물었다. 이재영은 가슴이 뜨끔했다.

    “무슨 소리야?”

    “솔직하게 말해 봐요. 용서해 줄게.”

    “괜히 멀쩡한 사람 의심하지 마. 어흠.”

    이재영은 헛기침을 했다. 여자들의 육감이 무섭다고 생각했다. 이럴 때는 슬그머니 화제를 바꾸는 것이 상책이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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