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 19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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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머리 밖이 아니라 머리 안!- 성복선(경상남도교육청 정책기획관 장학사)

  • 기사입력 : 2019-05-2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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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여중, 여고시절을 떠올려 보면 애틋한 추억들이 많지만 마음 시린 기억도 있다. 그중 하나가 두발 단속이다. 단속 기준이 어느 해는 귀밑 3㎝였다 어느 해는 귀밑 2㎝가 되는 등 생활지도 담당 교사에 따라 늘어났다 줄어들었다가 했다. 또 검사하는 선생님에 따라 그냥 재기도 했고 머리카락을 손으로 잡아 당겨 재기도 해서 같은 길이에도 통과 여부가 달라지기도 했다. 지금도 뚜렷이 기억난다. 열너덧 살 여학생들의 머리카락을 잡아 당겨 귀 밑에 자를 들이대며 2㎝가 넘는다고 통과시켜주지 않던, 모멸감에 솟구치는 눈물을 어찌할 줄 몰라 당혹해하던 여린 감성의 우리들을 보며, 비릿한 웃음을 날리던 선생님의 표정이 생생하다.

    우리 때만큼 심하진 않지만 올해 중학교에 들어간 딸아이의 학교에서도 두발 단속은 남아 있다. 현재 경남 관내 학교들은 두발자유화를 한 곳도 있고 그렇지 않은 곳도 있기 때문이다.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학교 규정에 따라 단발로 머리를 자른 딸아이는 요즘 들어 점점 더워지는 날씨에 머리를 묶어 다녔다. 소위 똥머리라고 불리는, 묶은 머리를 동그랗게 말아 올린 형태다. 어느 날 딸아이가 내게 하소연했다. 담임선생님께서 ‘머리를 묶는 것은 허용되지만 똥머리는 안 된다’라고 했다는 것이었다. 그 이유인즉 똥머리는 단순히 머리를 묶는 것이 아니라 ‘미용’이기 때문이란다.

    경남학생인권조례안이 경남도의회 교육위원회에서 충분한 논의도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의원들의 거수로 후루룩 부결되는 것을 보면서 나는 말할 수 없는 참담함을 느꼈다. 1년 넘게 애쓴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너무 짧은 시간 내에 쉽게 결정이 나 버리는 상황이었다.

    사회 전반에 인권 의식이 향상되면서 학교문화도 많이 바뀌긴 했지만 아직도 학교별, 교사별로 학생들을 대하는 관점의 차이가 많이 나는 것이 현실이다. 학생지도와 민주시민교육에 있어 교사 개인의 역량이나 단위학교에 따른 차이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학생인권조례로써 시스템화할 필요가 있다. “이웃학교에서는 머리카락 길이도, 똥머리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데 왜 우리학교는 안 되나요?”라고 묻는 아이들에게 뭐라고 대답할 것인가? 선생님이 강제하면 눈물을 머금으며 따라야 했던, 억압과 통제에 길들여져 있던 우리 세대들의 관점으로 지금의 학생들을 대한다면 학교는 결코 민주주의 교육의 장이 될 수 없다. 교육이 우리 학생들의 머릿속에 무엇을 심어주어야 할지를 고민해야 할 때에, 여전히 머리 밖의 용모나 머리카락 길이로 학생들을 통제하려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을 버리지 않는 한 미래 사회를 이끌어갈 민주시민 양성은 영원히 요원한 일이 되고 말 것이다.

    성복선 (경상남도교육청 정책기획관 장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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