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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7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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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신록 예찬- 김성엽(경남도 기획조정실장)

  • 기사입력 : 2019-05-0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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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3년간, 30만9207그루. 이 숫자들은 1975년부터 올해까지 재일 경상남도 도민회에서 매년 4월 향토기념 식수행사로 심은 나무의 수이다. 식목행사를 시작할 당시에는 경남은 물론 거의 모든 국토가 땔감 사용으로 인하여 풀 한 포기 없는 민둥산이 되어 생태계가 황폐화되어 가던 시기였다.

    당시와 비교할 때 우리나라의 단위면적당 나무 총량은 20배 이상 증가하였다. 울창해진 나무들 덕분에 만산에 녹엽이 싹트는 요즘 같은 봄에는 어떠한 색채보다도 아름다운 초록의 신록을 빛내게 되었다. 그러한 변화의 밑바탕에 43년간 해마다 고향을 찾아와 다른 나라에서 이방인으로 살아가면서 겪었던 고뇌와 슬픔을 고향에 대한 사랑으로 승화시키던 재일 경남 도민회의 노력이 있었다는 사실을 많은 도민들이 기억하였으면 한다.

    이들의 고향에 대한 사랑은 나무를 심는 식수에서 끝나지 않고, 경남도 발전을 위한 기부 활동으로 이어져 왔다. 11개의 재일 경상남도 도민회에서 1992년부터 기부한 성금이 무려 15억6500만원에 달하며, 수해복구, 학생기숙사 건립, 서민자녀 장학기금, 노인회 및 사회복지 등 경남의 소외되고 어려운 분들을 위해 사용되었다.

    특히 2003년 태풍 ‘매미’ 내습 때는 성금 1억원을 보내 왔으며, 경남도민프로축구단 창단 때도 주주로 참여해 도왔다. 1982년 창원사격장 건립 당시 비용 16억원 중 9억원이 재일 도민회에서 보낸 성금으로 충당되었다. 재일 도민들이 일본에서 살아가면서 겪었던 차별과 어려움 속에서 모았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그들의 고향 발전을 염원하는 마음의 크기를 짐작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올해 식목일에 열렸던 향토식수 행사에는 291명이 참가하여 무궁화를 포함하여 1만 그루가량의 나무를 심었다. 참가하신 재일도민회 분들 중에는 효고도민회 한세안(남) 어르신처럼 100세의 어르신도 계시지만, 이민 1세대는 돌아가셔서 거의 안 계시고, 2세대, 3세대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그분들이 고향을 떠났던 시절과 비교한다면 우리나라는 많은 변화와 발전이 있었다. 늦은 감이 있지만, 우리나라의 성장에 밑거름이 되었던 재일도민회의 관심과 사랑에 보답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40여년 전부터 직접 심었던 어린 나무들이 그 무엇보다 아름다운 신록을 빛내고 있는 경남 전역의 울창한 숲속을 거니는 시간을 드리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일 것이다. 숲의 향기, 경관, 빛, 소리를 오감으로 느끼며 이국에서의 고단했던 삶을 조금이나마 치유하고, 그분들이 우리에게 느끼게 해주었던 5월의 신록처럼 빛나는 고향을 사랑하는 마음과 정을 나눌 수 있었으면 한다.

    김성엽 (경남도 기획조정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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