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 23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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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퇴직- 허만복(경남교육삼락회장)

  • 기사입력 : 2019-03-2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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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에서는 2월을 가장 바쁘고 잔인한 달이라고 한다. 여러 가지 학년말 정리를 해야 되고 정들었던 학교나 학생, 그리고 동료들과 헤어짐이 있는 달이기 때문이다. 금년 2월은 선생님들 스스로 자괴감을 느껴 전국에서 명예퇴직으로 교단을 떠난 선생님이 6039명으로 불명예스럽게도 해방 이후 역대 최대 기록을 했다고 한다.

    교직을 성직(聖職)으로 여겨 국가와 제자들을 위해 봉사하다가 글자 그대로 명예롭게 퇴직하는 것이 명예퇴직이어야 하는데, 대부분 정년을 채우지 못하고 중간에 퇴직하는 것을 명예퇴직이라고 하니 어쩐지 뒷맛이 개운치 않다. 젊은 학생들의 직업 선망도가 1위이며, 엘리트 집단이라고 자부하는 교직의 명퇴자가 늘어나는 것은 사제 간의 불신으로 생기는 부끄러운 일들 때문이라고 한다. 학생·학부모·교사와의 여러 갈등 즉 폭행, 폭언, 성희롱 등 학생지도의 어려움 때문에 담임까지 기피하고, 학생 생활지도도 시끄러운 것이 싫어서 건성(?)으로 지도하는 교육현장이 되어 버렸다.

    요즘 학부모는 선생님에게 자녀들의 맞춤형 서비스를 기대하기 때문에 선생님들은 학생지도 못지않게 학부모와 심한 갈등을 겪고 있다. 학부모와 온갖 시달림과 갈등을 겪고 나면 젊은 선생님들은 병가나 휴직을 하고 조금 심하면 다른 곳으로 전출을 희망하지만, 좀 나이 든 선생님은 ‘더러워서 못해 먹겠다’고 명퇴를 신청한다고 한다. 별난 학생들 때문에 선생님들은 화가 머리 끝까지 올라 꿀밤이라도 한 대 주면 폭행으로 119신고까지 하는 학생들이 있는 세상이 되어 버렸다.

    지난해 4월부터 기존 법률비용보험에 교권침해 피해 특약을 추가한 보험까지 출시되었다. 변호사 비용만 지원하는 기존 보험과는 달리 교권침해로 판명되면 300만원까지 정신적, 신체적 피해 보상을 해 준다고 한다. 스승과 제자, 학부모 사이가 왜 이렇게 각박하고 살벌한 사이가 되었는지,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지, 다 같이 재고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는 그래도 내가 교육자인데 자존심을 죽이고, 속을 썩이면서, 쉬쉬하다가, 이러한 갈등이 빈번히 일어나니까 부끄러운 일이지만, 오죽했으면 이런 자구책까지 마련하게 되었을까 하고 억지 춘향이가 되어 이해를 해 본다.

    일본에서는 100세 시대를 맞이하여 정년을 늘리고 임금피크제를 도입한다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교육에 막 물이 오른 고급인력들의 명예퇴직자가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를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복잡한 사회에서는 예측 불가능한 미래를 대비해 위험을 분산시킨 제도가 보험제도인데, 제일 가깝고 신뢰해야 할 사이인 사제(師弟) 간에 불신이 팽배하여, 언제 소송에 휘말릴지 몰라 보험까지 생긴 교육현장에서 올바른 교육을 기대한다는 것을 냉정하게 반성해보자.

    허만복 (경남교육삼락회장)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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