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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532) 제24화 마법의 돌 32

“아주 죽여줬어요”

  • 기사입력 : 2019-02-2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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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름 아래로 삼림지대가 희미하게 보였다.

    “그럼요. 그래서 세 번이나 했잖아요.”

    서경숙이 입을 가리고 웃었다. 얌전한 숙녀로 생각했던 서경숙의 또 다른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스튜어디스가 웃으면서 지나갔다. 독일 비행기라 한국인 스튜어디스도 없고 승객도 보이지 않는다. 그들이 약간씩 야한 이야기를 해도 듣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내가 괜찮았어?”

    이정식이 장난을 하듯이 물었다.

    “네. 아주 죽여줬어요.”

    서경숙이 웃음을 깨물면서 이정식의 귓가에 속삭였다. 대범하고 요염하다. 이정식은 하체로 뻐근한 기운이 밀려오는 것을 느꼈다.

    점심 때 약간 지나 베를린에 도착했다.

    베를린의 호텔에서 여장을 풀고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국회의사당이었다. 장엄하고 아름다운 모습에 많은 관광객이 찾아온다고 했다. 광장에서 건물 전경을 응시했다.

    “멋있네.”

    이정식이 탄성을 내뱉었다.

    “그러게요. 너무 아름다워요.”

    서경숙이 이정식의 팔짱을 끼고 대답했다. 안에는 들어가지 않고 밖에서 천천히 걸으면서 구경했다. 국회의사당을 구경한 뒤에는 베를린 장벽으로 갔다. 장벽은 1989년에 무너졌으나 흔적은 곳곳에 남아 있었다. 박물관도 있어서 장벽의 역사와 장벽을 넘는 시민들의 비장한 모습을 살필 수 있었다. 자유를 향한 처절한 몸부림이 느껴졌다.

    “영화를 보는 것 같아요.”

    장벽이 있던 자리에서 서경숙이 중얼거렸다.

    “신기하지? 모든 것은 바뀌어. 장벽도 바뀌고.”

    장벽이 있었다는 역사가 거짓말 같았다. 1989년의 일이니 벌써 20년이 되었다. 독일은 전쟁을 하지 않고 통일이 되었다. 어쩌면 6. 25와 같은 전쟁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통일이 되었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장벽을 지키던 병사들도 사라졌어요.”

    “그러니까 전쟁과 평화라는 게 웃기는 거야. 전쟁을 하는 이유가 없어. 우리나라도 그렇잖아? 왜 휴전선을 쳐 놓고 오가지 못하는 거야?”

    사람들이 이념이나 사상에 억지로 매달리고 있는 것 같았다.

    “우리나라도 휴전선이 없어질 거예요.”

    “없어지겠지.”

    베를린 장벽을 구경한 뒤에 구시가지를 걸었다. 구시가지의 건물이 그림처럼 아름다웠다.

    “베를린은 그래도 옛날 건물들이 많아요.”

    서경숙은 건물을 구경하면서 느리게 걸었다.

    “동유럽 쪽에는 개발이 안 되어 옛날 건물들이 많대.”

    “이제는 우리 회사도 동유럽 쪽에 시장을 확대해야 하겠어요.”

    서경숙이 웅장한 건물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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