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08월 22일 (목)
전체메뉴

[거부의 길] (1519) 제24화 마법의 돌 19

‘쬐그만 것이 영악하네’

  • 기사입력 : 2019-02-11 07:00:00
  •   
  • 메인이미지


    이정식은 서경숙과 자주 토론을 했다. 서경숙이 그에게 <이기적인 유전자>를 읽도록 권했는데 리처드 도킨스라는 영국의 진화생물학자가 쓴 책이었다. 그는 옥스퍼드대학교 교수였다. 그는 책에서 생물의 이타행(利他行)에 대해서 설명했다. 서경숙은 그의 책과 스티브 잡스를 연결하는 독특한 시각을 갖고 있었다.

    스티브 잡스는 폐쇄적이고 빌 게이츠는 개방적이어서 스티브 잡스는 무너질 것이고 빌 게이츠는 성공할 것이라는 것이 서경숙의 주장이었다.

    “그 사람들이 이기적인 유전자와 무슨 상관이야?”

    이정식은 서경숙의 말을 납득할 수 없었다. 나이도 많지 않은 서경숙이 맹랑하다고 생각했다.

    “이기적인 유전자는 소멸하고 이타적인 유전자는 생존해요.”

    서경숙의 말은 이기적인 유전자는 사라지고 이타행을 하는 유전자는 살아남는다는 것이었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폐쇄적이고 빌 게이츠가 개방적이기 때문에 회사의 운명도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이정식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런데 서경숙의 말이 옳다는 것을 나중에 확인할 수 있었다. 처음에 대성공을 거둔 것은 스티브 잡스였다. 애플의 매킨토시 컴퓨터는 나오자마자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계속 새로운 사양이 나왔다.

    애플 매킨토시는 미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여러 나라로 퍼져갔다. 그들은 자신들만의 독특한 기술로 세계와의 타협을 거부했다. 서경숙은 그들이 이타행을 거부했다고 했다. 그러나 세계의 모든 컴퓨터는 타협하고 공유했다. 서로의 기술을 공유하고 운영 프로그램을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졌다.

    애플은 10년이 지나자 괴팍한 성격의 스티븐 잡스를 이사회에서 축출했다. 애플이 적자에 허덕이기 시작한 것이다. 스티브 잡스는 은둔 생활을 하다가 애플이 망하기 직전에야 다시 컴백하여 아이팟, 아이패드, 아이폰을 출시하면서 또 한 번 세상을 흔들었다. 그는 뒤늦게 세상과 소통했다. 자신을 버린 생부와는 끝내 인연을 끊었다.

    빌 게이츠는 세계의 모든 컴퓨터에서 사용할 수 있는 운영 프로그램 윈도를 만들어 대성공을 거두었다.

    ‘쬐그만 것이 영악하네.’

    이정식은 서경숙에게 감탄했다. 서경숙은 그의 아들과 같은 나이에 지나지 않았다. 동갑인데 서경숙은 세계인의 시선을 갖고 있고 아들놈은 연예인들과 놀아나느라고 공부를 하지 않았다. 서경숙은 항상 자기 계발을 하고 있었다. 근무시간이 끝나면 외국어 공부를 하고, 과학잡지와 컴퓨터잡지를 읽고, 경제신문을 읽고, 비서실에서 보내오는 한국의 경제상황을 꼼꼼하게 체크하여 보고했다.

    ‘서경숙이 며느리가 되었으면 좋겠구나.’

    이정식은 그렇게 생각했다. 이정식의 미국 생활은 뜻밖에 오래 걸렸다. 처음에는 미국에서 몇 달만 머물다가 돌아갈 생각이었으나 아버지 이재영은 회사 일을 잘 처리했고, 1988년 5공청문회까지 열려 뒤숭숭했다.

    이정식은 미국에 있는 바람에 5공청문회에 증인으로 채택되지 않았다. 이재영은 병이 들어 증인으로 나설 수 없었다. 이재영의 계략이기는 했으나 청문회 증인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은 비서실의 활약 때문이었다. 삼일그룹 비서실은 야당 정치인들에게 막대한 정치헌금을 했던 것이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