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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470) 제23화 대륙의 사람들 140

‘선녀처럼 아름다운 여인이구나’

  • 기사입력 : 2018-11-2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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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효왕은 사마상여를 환영했다. 그는 추양, 매승 등 양나라의 뛰어난 문인들과 함께 교분을 나누며 양나라 국정에 참여했다. 그러나 양효왕은 시름시름 앓더니 얼마 되지 않아 죽었다.

    “조정에서 문인들을 몰아내라. 쓸데없이 국록만 축 낸다.”

    양나라의 효왕이 죽자 문인들에 대한 우대는 사라지고 말았다.

    ‘문인들을 사귀기 위해 벼슬까지 버렸는데 허망하구나.’

    사마상여는 고향으로 돌아왔다. 전 재산을 나라에 바치고 치부하는 능력을 갖고 있지 못했던 사마상여는 집에서 거문고를 타고 시를 지으면서 세월을 보냈다. 한때 관직에 있었으나 장사를 하지도 않았고 농사를 짓지도 않은 그의 살림은 궁벽하기 짝이 없었다.

    사마상여는 가난했으나 세상을 탓하지 않고 시를 지었다. 이때 지은 시가 자허부(子虛賦)라는 시였다. 그의 시는 널리 알려졌으나 그는 여전히 가난하기 짝이 없었다.

    임공이라는 곳에 탁왕손이라는 거상이 살고 있었다. 조나라 한단에서 임공으로 이주하여 제철업으로 많은 돈을 번 탁융의 후손이다.

    이는 탁경환의 주장이다. 김진호는 그의 주장에 웃기만 했다. 그의 주장이 맞는지 틀리는지 알 수 없었으나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사마상여는 문학적 재능이 뛰어난 사람이었기 때문에 어느 날 그의 잔치에 초대를 받았다. 사람들이 사마상여가 거문고 솜씨가 뛰어나다는 것을 알고 연주를 청했다. 사마상여는 가난한 처지에 좋은 대접을 받았기 때문에 탁왕손을 위하여 거문고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정말 훌륭한 솜씨네.”

    “신선이 내려와서 연주를 한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네.”

    사람들이 다투어 사마상여의 거문고 연주를 칭송했다.

    탁왕손의 딸 탁문군은 후원에 있다가 아름다운 거문고 소리를 듣게 되었다. 거문고 소리는 이 세상 소리가 아닌 듯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누가 이렇게 연주를 잘하는 것일까?’

    탁문군은 무엇에 홀린 듯이 후원에서 나와 잔치가 벌어지고 있는 별채로 걸어왔다. 별채에서는 청수한 모습의 고고한 사내가 거문고를 연주하고 있었다.

    ‘아 너무나 아름다운 분이구나.’

    탁문군은 한눈에 사마상여에 반하고 말았다.

    사마상여도 거문고를 탄주하다가 신비스러운 달빛을 받고 별채의 정원에 서 있는 탁문군을 보았다.

    ‘선녀처럼 아름다운 여인이구나.’

    사마상여도 탁문군의 아름다운 모습에 넋을 잃었다. 사마상여의 시선을 의식한 탁문군은 깜짝 놀라서 방으로 돌아갔다.

    사마상여는 집으로 돌아왔다. 그는 탁문군의 아름다운 모습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는 탁문군에 대해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탁문군은 어린 나이에 이웃 군에 있는 남자에게 시집을 갔으나 그가 일찍 죽는 바람에 청상과부가 되어 돌아와 있었다.

    ‘탁문군이 청상과부구나.’

    며칠 후 사마상여는 탁문군의 아름다운 미모에 감탄하여 봉구황이라는 노래를 만들었다. 봉구황은 봉이 황을 구한다는 뜻이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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