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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1월 27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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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마 무사 - 김용권

  • 기사입력 : 2018-11-15 07:00:00
  •   

  • 무림 중원을

    달리고 싶은 종족이었다

    한 손으로

    고삐를 틀고, 표창을 날려야 하는

    기마 무사였다

    닫힌 문은 과녁이었다

    적의를 걸고

    검지로 튕기면

    회색 말들의 울음소리가 돌아온다

    분산성 아래,

    동문 푸른 벽에는

    표창에 찔린 흔적이 수북하다

    대출전문

    일수 전단지가

    오토바이족의 필살기

    사방으로 뿌린다

    일당을 세워야 하는 손이

    야윈 맹수처럼,

    표적을 걸고 있다

    ☞ 인공지능로봇이 두뇌싸움의 상징인 바둑계를 제패하더니 피자 배달까지 가능한 세상이 온다고 한다. 이미 실험을 마쳤고 곧 상용화된다니 일 없는 사람들의 구원처 같았던 배달 아르바이트 일자리마저도 머잖아 사라질 지경이다.

    세계적인 경제학자 제레미 리프킨이 그의 저서 <노동의 종말>에서 ‘기술의 승리는 (중략) 자동화의 성공적인 발전으로 쓸모없게 된 사람들을 위한 진혼곡이 될 것이다’는 그 진혼곡이 연상되는 이 시는, 열쇠·비밀번호·지문인식시스템·CCTV에 갇혀버린 현대인들이 ‘회색 말’을 울리며 ‘무림 중원을/달리고 싶은’ 종족(자연환경)에서 얼마나 멀리 떨어져왔는지를 실감하게 한다. 이 작자는 이 괴리감과 비극성을 마초적 역동성의 상징인 ‘기마 무사’ 이미지를 생의 절벽에 몰린 자들의 마지막 지푸라기 격인 ‘대출전문/일수전단지’를 배포하는 ‘오토바이족’ 이미지 속으로 흡수시켜서 표창을 날리며 무림 중원을 질주하는 회색 말들의 울음소리, 닫힌 문을 향해 질주하는 오토바이소리가 귀를 찢는 역동적 비극미를 창출해내고 있다. 결국 이 시는 사반세기 전 제레미 리프킨이 예언한 그 진혼곡의 노랫말이 된 것 같다. 조은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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