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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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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긍정적인 말 한마디의 힘- 김성숙(밀양시청소년수련관장)

  • 기사입력 : 2018-10-0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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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요양병원에 병문안을 갔을 때 일이다. 그곳은 소문대로 환경도 깨끗하고 여러모로 훌륭한 시설이었다.

    한 병실에 5명의 남자 어르신이 계시는데 어찌 된 일인지 그날은 보호자가 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요양보호사가 옆 베드에 다가와서 놀리는 듯한 말투로 이야기한다. “이제 할머니가 멀리 도망 가버리셨나 보네. 우짜노, 이제 안 오실 건가 보다. 혼자 지내야 한다. 큰일 났다.” 평소에 편하게 하는 농담이라고 듣기에는 너무 잔인한 말이었다.

    저분 눈에는 환자의 불안하고 뭔가 말하려는 떨리는 몸짓이 보이지 않는 것일까? 도대체 보호자가 아무도 없는 날은 어떤 말과 행동을 하는 것일까? 의구심이 들었지만 못 들은 척할 수밖에.

    그런데 식사 중에 눈을 거의 감고 드시는 분에게 걱정하는 말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화를 내며 “아침에는 안 그랬잖아요. 참 유별나네”라며 큰소리를 친다. 이래도 저래도 그분들은 말씀을 못 하시는 형편을 잘 알면서도.

    정말 평소에 고생하고 힘든 건 알겠는데 그래도 이왕이면 긍정적으로 희망적으로 말씀해주시지 하는 가족 입장의 이기심(약한 자의 슬픔 같은 것)이 올라왔다. 물론 가족을 대신해서 아픈 어르신들을 정성껏 돌보아주는 다수의 요양보호사 분들에게 어찌 불만을 이야기할 수 있으며 더 잘해달라고 요구를 할 수 있을까마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마디 말이라도 불안하게 하지 말고 긍정적이고 희망적으로 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이가 들수록 어쩔 수 없이 병원에 가는 일이 자주 있다. 혹시나 해서 검사만 받으러 가도 병원 근무자들은 ‘○○○ 환자’라고 부른다. 꼭 이름 뒤에 환자를 붙여서 기운 빠지게 하고 그에 따라오는 불안감까지 같이 덤으로 안겨주는 것 같아 싫었다.

    “그렇게 부르니 더 불안해요”라고 웃으며 건의했더니 그 이후 방문자들에게 ○○○님이라고 불러준다. 만약 “내가 왜 환자예요. 아직 모르잖아요?”라고 따지듯이 말했다면 건의사항이 받아들여졌을까? 긍정적인 말 한마디의 힘을 믿는다.

    김성숙 (밀양시청소년수련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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