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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7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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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394) 제23화 대륙의 사람들 64

“무슨 생각을 해요?”

  • 기사입력 : 2018-08-0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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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은 키스로 시작된다. 키스를 잘하는 사람이 사랑도 잘한다고 생각했다.

    하얼빈의 중앙대가는 최대 번화가로 시가지가 지극히 아름다웠다. 비잔틴 양식의 건물과 새로 지은 중국풍의 건물, 번화가의 쇼윈도, 아름다운 성당이 그림 같았다. 김진호는 사진을 많이 찍었다. 중앙대가와 성소피아 성당을 구경하는데 오전이 모두 걸렸다. 원심매가 차를 운전하여 다니고 주차를 시킨 뒤에는 연인이 되어 팔짱을 끼고 걸었다.

    ‘세상을 이렇게 살아도 나쁘지 않겠구나.’

    김진호는 원심매와 중앙대가를 관광하는 것이 즐거웠다.

    점심은 중국식 요리를 먹었다. 중앙대가에서 식사를 하고 나오자 빗발이 가늘어져 있었다. 우산을 쓰지 않아도 좋았다. 조린공원으로 갔다.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기 위해 하얼빈에 온 안중근이 10월의 시들어가는 햇살을 쬐면서 망중한을 보낸 공원이다.

    ‘안중근 의사의 영혼이 여기에 있는 듯하구나.’

    김진호는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것 같았다.

    100년이 넘은 공원이지만 특별하지는 않다. 항일독립운동가인 중국인 이조린 장군을 기념하기 위해 조린공원으로 바뀌었으나 안중근 시대에는 하얼빈 공원이었다.

    ‘안중근 의사는 여기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안중근 의사는 거사를 하기 사흘 전에 하얼빈 공원을 찾았다. 그는 왜 하필 하얼빈 공원에 왔을까. 당시 하얼빈 공원은 백계러시아인들이 평화와 휴식을 위해 즐겨 찾던 곳이다. 인생을 치열하게 살아온 안중근 의사도 평화와 휴식을 원한 것이 아닐까. 그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평화와 휴식이리라.

    안중근 의사는 어느 벤치에 앉아 있었을까. 그 당시의 벤치는 없어졌다.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면 사형수가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그런데도 그는 서른세 살의 나이에 의거를 감행했다.

    죽음을 앞둔 그의 심정은 어땠을까. 거사 3일 전 그는 누구를 생각했을까.

    “무슨 생각을 해요?”

    원심매가 그의 팔짱을 끼었다. 비가 와서 공원에는 사람들이 없다. 울창한 나무와 빗줄기, 호수와 단지석을 보았다. 단지석은 안중근 의사가 단지동맹을 맺을 때 손가락을 자른 손도장을 그대로 새겨서 비석을 만들어 세웠다.

    “안중근 의사요.”

    그의 손도장 비석을 보자 안중근의 영혼이 공원에 떠돌고 있는 것 같았다.

    “나 그 사람 알아요.”

    “어떻게요?”

    “역사시간에 배웠어요.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죽인 영웅이죠. 여순에서 사형이 집행되었잖아요?”

    원심매는 안중근에 대해 줄줄이 외고 있었다. 안중근은 중국인들에게도 영웅이었다.

    “우리 가게 구경해요.”

    원심매가 자신의 가게로 김진호를 데리고 갔다. 원심매의 가게는 하얼빈 신상가 쪽에 있었다. 건물에 의류를 비롯하여 화장품, 장신구, 커피숍 등 많은 가게들이 있었고 건물은 12층이나 되었다. 가게는 유동인구가 많았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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