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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안된다. 모래 더 파면 우리는 다 죽는다”

남해EEZ 모래 채취놓고 정부 어민 극한 대립 재현

  • 기사입력 : 2018-07-11 14:2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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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경남 어민 200여명은 10일 통영시 평림항 물양장에서 '바닷모래 채취 반대 어업인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이제는 안된다. 모래를 더 파내면 어민 다 죽는다."

    건설 골재용 바닷모래 채취를 둘러싼 정부와 지역 어민 간 극한 갈등이 재연될 조짐이다.

    지난 수년간 끌어오다 지난해 1월 잠정 중단하며 수면 밑으로 들어갔던 남해 EEZ(배타적 경제수역) 바닷모래 채취에 대한 정부와 남해안 어민들의 대립이 다시 시작됐다.

    20개월간 잠잠하던 모래전쟁은 국토교통부와 해양환경공단은 지난 10일 통영의 한 호텔에서 남해 EEZ 골재채취단지 지정변경(5차) 해역이용영향평가서(초안) 주민공람 공청회 개최하며 재현됐다.

    국토부가 모래채취 재기를 위해 공청회를 마련하자 성난 어민들이 다시 집단행동에 나선것이다.

    부산·경남 어민 200여명은 이날 통영시 평림항 물양장에서 '바닷모래 채취 반대 어업인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결의대회는 공청회를 견제하기 위해 마련됐다.

    국토부는 이번 5차 변경을 통해 애초 올해 2월까지였던 단지 지정 기간을 2020년 8월까지 2년 6개월 연장할 방침이다. 또 6902만㎥였던 골재 채취 계획량도 7322만㎥로 420만㎥ 늘린다. 앞선 4차 연장 허가에서 남은 물량이 650만㎥인 걸 고려할 때 총 1070만㎥를 더 채취하는 셈이다. 이는 부산 사직야구장 20개를 가득 채우고도 남는 양이다. 국토부는 올 연말까지 400만㎥를 우선 채취해 건설업계에 공급할 계획이다.

    새로 골재채취단지 관리자가 된 해양환경공단은 다음달까지 기관별 해역 이용 영향평가서 협의를 거쳐 오는 9월 중 국토부에 협의 의견을 통보할 예정이다. 계획대로라면 10월부터 채취 작업이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결의대회에서 부산·경남 어민들은 결사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국토부가 또다시 건설업체와 골재채취업자들을 위해 어민의 생활 터전을 해친다는 주장이다.

    통영어업피해대책위원회 박태곤 위원장은 이날 결의대회에서 "그간 마구잡이로 파헤쳐진 골재 채취 해역은 분화구 같은 커다란 웅덩이가 곳곳에 생겨 조업할 수 없게 됐다. 마땅히 훼손된 해저 지형의 복구가 우선임에도 국토부는 골재 수급 안정이란 핑계로 또 모래 채취에 골몰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어 "골재 채취 업계는 바닷모래 채취 중단 시 골재 대란과 함께 불량골재 유통, 부실공사, 분양가 상승 등 부작용이 심각할 것이라며 여론을 호도해 왔지만 지난 1년 6개월간 그런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 오히려 모래 채취 중단으로 지난 겨울과 봄 고기잡이 철에 남해안 일대에서 멸치와 갈치가 사상 유례없는 풍어를 기록했다"고 주장했다.

    이기호 사무국장은 "골재채취업자들은 바다모래 채취중단이 골재대란을 불러온다고 하지만 채취가 중단된 지난 1년 6개월간 골재대란은 커녕 우려할만한 어떤 문제도 없었다. 경제적 이익만 생각하는 골재채취업자의 농간으로 지난 10년간 해양환경이 파괴된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어민들은 결의대회 후 공청회장으로 이동해 해양환경공단이 '엉터리 평가서'로 어민의 눈과 귀를 막으려 한다고 언성을 높였다.

    이날 공청회장에는 국부 관계자 없이 해양환경공단관계자들만 참석해 주문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정연송 대형기선저인망수협 조합장은 "평가서가 왜곡과 축소, 오류가 확인된 문헌을 참고했고 엉터리 용역을 낸 기관에 의해 또 진행됐다. 과거의 엉터리 자료를 그대로 베낀 것이다. 그동안 현장에서 어민들이 주장했던 것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며 폐기를 요구했다.

    남해 EEZ(배타적 경제수역) 바닷모래 채취 문제는 지난 2001년 통영시 욕지 앞바다에서 바닷모래 채취가 시작된후 계속되고 있다. 어민들은 채취 구역이 남해안 어족 자원의 주요 서식처이자 산란지로 해양 생태계가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다며 반대했지만 국토부는 부산 신항 건설을 비롯한 국책사업 수행과 골재 수급 안정을 명분으로 골재채취단지를 지정했다.

    그리고 4차례에 걸쳐 기간을 연장했하다 지난해 1월 수산업계의 반발이 전국으로 확산되자 골재 채취를 잠정 중단했다.

    지금까지 욕지도 남방 50㎞ 해역에서 채취된 바닷모래는 총 1억2000만㎥. 덤프트럭(15t) 1200만대 분으로 서울 남산의 1.5배다.

    김진현 기자 sports@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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