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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만 비닐봉지- 서영훈(부국장대우·사회부장)

  • 기사입력 : 2018-04-1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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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라스틱만큼 일상생활에 널리 사용되고 있는 소재를 찾기란 쉽지 않다. 아침에 눈을 뜰 때부터 밤에 잠자리에 들 때까지 플라스틱은 항상 우리 곁에 있다. 냉장고 안에 가득한 반찬통들이나 욕실의 비누곽과 칫솔, 화장품의 용기, 헤어드라이어의 손잡이가 모두 플라스틱이다. 자동차의 내장재와 사무실 내 의자, 전화기도 그렇고, 직장 구내식당의 식판도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 있다. 빵집의 샌드위치 포장재도 그러하지만, 이를 담는 봉지도 플라스틱이다. 커피를 테이크아웃하며 가져 온 종이컵의 뚜껑, 온라인 주문하여 택배로 받은 책의 포장지, 편의점에서 사는 생수나 청량음료의 용기도 그렇고, 퇴근 후 들른 음식점의 내장재들이나 회식비를 지불하려 내미는 신용카드도 플라스틱이다. 이처럼 플라스틱은 언제 어디서나 우리 곁에 있으며, 매우 다양한 방식으로 소비되고 있다.

    이렇게 사용된 플라스틱의 상당수가 재활용되고 있기는 하지만, 많은 부분은 쓰레기로 버려진다. 그 쓰레기는 소각되기도 하고 매립되기도 하고, 또 더러 길거리나 산이나 강이나 바다에 버려진다. 아무렇게나 버려진 플라스틱이 완전히 분해되는 데는 500년이 걸리다고 하는데, 그 사이 이 골치 아픈 쓰레기들은 바닷속에서 천천히 분해되기도 하고, 수생동물의 입으로 들어가기도 하고, 바다 한가운데서 섬을 이루기도 한다. 지난 2월 말, 스페인 남부 해안에서 죽은 채 발견된 10m 크기의 향유고래 배에서는 비닐봉지와 석유통 등의 플라스틱을 비롯해 모두 29㎏에 이르는 쓰레기가 나와 충격을 주었다. 하긴 하와이 근처 태평양 한가운데에 GPGP(Great Pacific Garbage Patch)로 명명된 거대한 쓰레기 섬이 발견되기도 했으니, 향유고래의 배 속에 저 정도의 쓰레기가 들어 있었다는 것이 그리 이상한 일도 아니다.

    태평양 쓰레기 섬의 플라스틱이 어디에서 흘러왔는지를 살펴보니, 3분의 1은 일본, 또 3분의 1은 중국이었다. 한국에서 흘러간 쓰레기의 비율이 어떻는지는 알 수가 없지만, 결코 적은 수치는 아닐 것이다. 우리나라 국민 한 사람이 1년간 사용하고 버리는 비닐봉지가 지난 2015년 기준으로 무려 420개였다. 핀란드 사람들보다 무려 10배나 많은 비닐봉지를 사용하고 버렸다. 이렇게 많이 쓰고 버리니, 태평양 쓰레기 섬을 만드는 데 일조를 톡톡히 하고 있을 것은 분명하다.


    세계 각국은 플라스틱으로 인한 해양오염을 해결하기 위해 그 사용량 줄이기에 뛰어들고 있다. 영국은 지난 2015년부터 각 영업점이 1회용 비닐봉지를 5펜스, 우리 돈으로 약 75원에 팔도록 하여 비닐봉지 쓰레기를 획기적으로 줄인 경험을 갖고 있다. 아프리카의 에티오피아는 2011년부터 비닐봉지의 생산 및 수입을 막고 있고, 미국의 일부 주에서는 스티로폼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2010년부터 대형마트 계산대에서 비닐봉지를 없앴고, 편의점에서도 그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환경부와 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있다니 그나마 다행스럽다.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빚어진 플라스틱 쓰레기 대란을 교훈 삼아 나라 전체의 플라스틱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계기가 될 수도 있겠다. 전통시장이나 동네슈퍼, 편의점 등에서 무심코 건네받는 까만 비닐봉지, 조금은 불편할지라도 당장 오늘부터 점원에게 “비닐봉지는 필요 없습니다”라고 하자.

    서영훈(부국장대우·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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