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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속으로] 김한근 부경근대사료연구소 소장

사라지는 옛 추억 사료로 살려내는 ‘역사 수집가’

  • 기사입력 : 2018-03-08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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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경근대사료연구소 김한근(62) 소장을 만나기 위해 연구소 주차장에 도착하니 이른 시간인데도 많은 차량들이 주차장을 꽉 메우고 있었다.

    기자의 이름은 물론 한자도 똑같아 궁금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해서 더욱 인터뷰를 하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김 소장의 첫인상은 그냥 평범한 우리네 서민이었다. 명함을 건네자 서로가 말 없이 그저 웃었다. 웃는 이유는 뭘까, 별명은 서로 말 안 해도 아는 눈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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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한근 부경근대사료연구소장이 책과 자료들로 가득 찬 사무실에서 향토사 사료 수집의 보람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김 소장은 1957년 경북 포항에서 3남 1녀로 태어나 6살 때 선사에 근무하는 아버지를 따라 부산 영도로 이사왔다. 단칸방에 살면서 집 주인의 눈치가 심해 이사를 해야 했다. 어머니는 조선소 ‘깡깡이’ 일부터 안 해 본 일이 없을 정도로 궂은일을 많이 하면서 자식들을 키웠다.

    김 소장은 지난 20년 동안 영도에서만 21번 이사를 했다. 어려운 형편에서도 영도에서 초·중학교를 나와 부산상고(지금의 개성고)에 입학했다, 미술반에 들어갔는데 2학년 때 미술반 3학년 선배와 다퉈 학교를 그만두었다. 이후 불교에 심취해 20세 때 불교청년회에 들어가 활동을 하면서 20대는 불교 청년운동에, 30대는 불교 사회화운동에 참여했다. 26세에 결혼해 1남 1녀를 두었는데 불교운동을 한답시고 가정과 아이들에게 많이 소홀하게 된 것이 지금도 아이들에게 매우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40세에 선배들의 권유로 부산민학회 사무국장을 맡게 되면서 세상과 향토사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갖게 되었다. 그 전에는 불교 관련 서적 이외에 다른 서적은 아예 보지도 않았다, 부산민학회에 발을 디딘 이후 향토사와 민속학 관련 서적들을 닥치는 대로 수집해 읽었다. 아마 1995년부터 2005년까지 약 10년간 수집하거나 사 모은 책이 2만 권가량 된다. 현재 그가 가진 장서와 자료는 약 3만 권가량인데, 이 책들이 지금은 너무도 부담이 된다. 단독주택의 방 2칸, 다락, 창고뿐 아니라 연구소 사무실까지 모두 책들로 쌓여 있기 때문이다.

    오늘의 부경근대사료연구소를 만들게 된 계기는 부산민학회 사무국장으로 있던 1995년 당시 한국항만연구회 김영호 회장과의 만남이었다. 당시 김 회장은 부산지역뿐 아니라 우리나라 항만 관련 민간 연구자로서는 최고의 권위자였다. 마침 근대 개항 120년을 맞이해 근대 개항사 전시를 준비하고 있었다. 김 회장의 전시 준비를 돕는 과정에서 부산향토사에 관계된 많은 지도와 사진들을 접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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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소장이 수집한 근대 사료로 펴낸 책들.

    우리나라 불교 및 민속 관련 사료에만 집착하던 김 소장에게 부산향토사는 뜻밖의 신선한 충격이 되었다. 김 회장이 소장한 사료들 대부분은 별도 촬영 사료들이었다. 원본 사료를 수집하는 것이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선뜻 구매하지 못하고 이렇게 복사 자료를 만들었다고 했다. 복사본 사료는 출처도 출처이지만 나중에 이들 사료를 활용하는 데 있어 저작권 관련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즉 혼자 공부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지만 이들 사료를 활용해 저술을 할 때는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도 있다.

    김 소장은 부산향토사 관련 원본 사료를 수집하기로 하고 인터넷을 통해 그동안 알지 못했던 사료들을 검색하고 전국의 고서점들을 찾아다녔다. 그런 과정에 이 땅의 역사를 알게 되고 이와 관련한 사료들을 목록화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가장 큰 문제는 비용이었다.

    특히 조선시대 사료, 지도와 전적류는 상상하지 못할 정도의 큰 금액이다. 그래서 우선 근대 개항 이후 시기로 방향을 잡았다. 근대 개항기 사료는 당시 우리나라에 왔던 선교사들이 남긴 사료들과 청일전쟁과 러일전쟁 시기 일본에서 만든 사료들이 많았다.

    세계적인 인터넷 경매사이트 이베이를 통해 하나하나 수집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나라 근대 사료, 즉 개항시기에서 일제시기까지의 사료는 유럽이나 일본을 통해서 구입하는 것이 손쉽고, 해방에서 60년대까지의 사료는 당시 미군정과 6·25전쟁 시기 우리나라에 왔던 미군들을 통해 수집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리고 이후 70년대 사료는 우리나라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미국의 이베이와 일본과 국내 경매사이트를 드나들면서 광범위한 사진과 지도 자료를 구입하기 시작했다. 1997년부터 지금까지 이렇게 자료를 수집하면서 거의 매월 평균 200만원 이상 비용이 들어갔다. 지난 20년 동안 약 4~5억원의 비용이 든 것이다. 수집한 자료는 경남과 부산지역 관련 옛 사진과 지도가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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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한근 부경근대사료연구소장.

    김 소장은 6·25전쟁 관련 책자 110여 권, 전쟁 ‘삐라’ 100여 매, 컬러 슬라이드 필름 2000여 컷을 소장하고 있다. 책자는 100권 정도를 2011년에 부산시립중앙도서관에 기증하고 나머지는 소장하고 있는데, 부산 관련 옛 사진 엽서 800여 종, 경남지역(대부분 마산과 진해, 진주 등) 옛 사진엽서 250여 종, 그리고 지도와 서지류 등을 소장하고 있다.


    디지털시대와 AI 등 최첨단 기술의 시대에 ‘왜 그렇게 옛것에 빠져 사느냐?’라는 기자의 우문에 김 소장은 이렇게 말했다. “옛것을 단순히 모으는 게 아니라 잊었던 우리의 과거를 알아 가는 과정으로 봐야 합니다. 저한테는 지역사회에서 빠진 부분을 복원한다는 그런 의미가 있죠. 물건이 아니라 기억을 되찾는 거라고 봐야 합니다.”

    김 소장이 꼽는 그의 가장 큰 장점 가운데 하나는 1989년부터 시작한 역사문화탐방이다. 지난 29년 동안 지역의 웬만한 역사문화탐방은 다 했다. 불교 사회화운동을 하면서 불교의 교리가 사찰문화에 담겨 있는 것을 발견하고 사찰탐방을 통해 불교 교리를 쉽게 이해시키고자 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2005년부터 2012년까지 어린이 역사문화탐방단을 이끌고 전국의 역사문화탐방을 다니기도 했다.

    지역의 향토사 관련 사료를 수집하면서 가장 보람된 일은 자신이 수집한 사진과 지도를 통해서 옛 역사 장소를 정확하게 찾아내는 일이다. 이런 일을 통한 개인적 성과로는 경남과 부산지역의 시기별 전차 선로 변화를 그린 지도를 비롯해 부산의 옛 해안선, 부산지역 매축지도 등을 만든 것이다. 살아보지 못한 시기, 살아보지 못한 지역의 역사를 옛 자료를 통해 복원한다는 즐거움과 자부심을 그는 갖고 있다.

    글·사진= 김한근 기자 khg@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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