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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20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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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242) 제22화 거상의 나라 ②

“나하고 결혼할 아가씨야”

  • 기사입력 : 2017-12-2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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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에는 누구인지 얼핏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러나 호탕한 웃음소리와 누나와 진호라는 말 때문에 누구인지 기억이 났다.

    “아이고, 이게 누구야? 하도 연락이 없어서 죽은 줄 알았잖아?”

    “누나, 밥 좀 사주라.”

    “너 어딘데? 서울에 들어왔어?”

    “어제 들어왔어. 아버지 산소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이야.”

    진호의 아버지는 서경숙의 이모부를 말한다. 이모부는 서경숙이 놀러 가면 항상 용돈을 챙겨주고는 했었다.

    “언제 밥 먹을래?”

    “한 시간 후에 서울에 도착할 건데 점심 약속 있어?”

    “없는데.”

    “잘 됐네. 그럼 점심 사줘. 용돈도 좀 챙겨주고….”

    김진호는 넉살이 좋다. 신문사 특파원을 몇 년 동안 하더니 넉살만 늘어난 모양이다. 사무실로 찾아오라고 말하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놈이 용돈을 맡겨 놓았나?’

    항상 우울한 표정을 짓고 있던 이모의 얼굴이 떠올라왔다. 그래도 서경숙이 놀러 가면 박꽃처럼 하얗게 웃고는 했었다.

    ‘이모를 봐서 용돈을 챙겨줘야지.’

    서경숙은 수표 몇 장을 봉투에 담았다. 김진호가 묘령의 아가씨와 사무실에 나타난 것은 낮 12시가 조금 지났을 때였다.

    “오래간만이지. 우리 누나는 여전히 멋쟁이네. 자연 미인이야.”

    김진호가 서경숙을 가볍게 포옹했다.

    “여기는 나하고 결혼할 아가씨고 이름은 산사야.”

    김진호가 중국 아가씨를 서경숙에게 소개했다. 서경숙은 산사와 중국말로 인사를 나누었다. 산사는 서경숙이 유창한 중국말을 하자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산사는 불과 20세 안팎으로 보일 정도로 어려 보였다. 그러나 산사는 보기 드문 미인이었다.

    “맞다. 누나가 6개 국어를 하지.”

    김진호가 박수를 쳤다.

    “신문사는 잘 다니고 있어?”

    서경숙은 김진호와 산사에게 인삼차를 대접했다. 중국인들이 비교적 인삼차를 좋아했기 때문이다.

    “월급이 밀려서 때려치웠어.”

    “이러다가 신문사 다 망하는 거 아니냐? 앞으로 뭘 할 건데?”

    “사업해야지.”

    “헐!”

    “내가 중국 최고의 거상이 될 테니까 두고 보라구.”

    김진호가 호호탕탕 큰소리를 쳤다. 산사를 보니까 눈빛이 맑고 피부가 고왔다. 이야기를 시키자 총명한 여자였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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