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bile  |   facebook  |   twitter  |   newsstand  |   PDF신문
2017년 12월 13일 (수)
전체메뉴

[거부의 길] (1231) 제21화 금반지 사월의 이야기 47

“진영숙이 구속되었습니다”

  • 기사입력 : 2017-12-07 07:00:00
  •   
  • 메인이미지


    서경숙은 이제 돌아가야 하겠다고 생각했다. 하관식까지 따라온 사람들이 모두 돌아가서 큰 집이 적막하게 느껴졌다. 오후가 되자 비까지 추적추적 내렸다.

    “나는 좀 쉬어야겠어.”

    윤사월이 방으로 들어갔다. 윤사월도 나이 때문에 피로했을 것이다. 서경숙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가시게?”

    진영숙이 따라 일어섰다.

    “갤러리 일이 바빠서요. 다음에 뵐게요.”

    윤사월의 집에 머물고 있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서경숙은 거실에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일일이 인사를 했다. 임진규와는 눈빛만 교환했다. 진영숙은 윤사월에게 할 말이 남았는지 그대로 남았다.

    갤러리로 돌아오자 오후 3시가 되어 있었다. 진한 커피를 마시면서 창밖을 내다보았다.

    ‘이춘식은 자신의 신념을 위해서 평생을 살았어.’

    이춘식의 삶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그는 사회주의 사상에 빠져 있었으나 오히려 자본주의에 기생하여 편안한 삶을 살았다.

    ‘신념은 신념일 뿐이구나.’

    서경숙은 그의 삶이 편안했을지는 모르나 공허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춘식의 유언장이 공개된 것은 12월 초순의 어느 날이었다. 임진규는 유언장을 공개하기 전에 서경숙을 여의도로 불렀다.

    “유언장을 공개하기 전에 먼저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서 만나자고 했습니다.”

    임진규와 만난 곳은 전에 만났던 호텔의 커피숍이었다. 그 호텔은 직원이 70여명쯤 되는 호텔이었는데 노사분규가 일어났다. 호텔의 주인은 화가 나서 호텔을 팔아버렸고, 새로 호텔을 구입한 주인은 노조원들을 한 사람도 채용하지 않았다. 노조원들은 몇 달 동안 항의 시위를 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임진규가 해준 말이었다.

    “무슨 일인데요?”

    임진규와 커피를 마셨다. 이춘식의 장례를 치른 지 어느덧 한 달이 지나 있었다.

    “진영숙 문제입니다.”

    “잘 처리하셨어요?”

    “진영숙이 구속되었습니다.”

    “아.”

    서경숙은 놀랐다. 그녀가 구속까지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죄목이 뭐예요?”

    “탈세, 공갈협박, 살인청부….”

    “살인청부도 있어요?”

    “정상적인 여자가 아니었습니다. 그동안 뒤를 봐주는 권력자가 있었는데 그가 물러났습니다. 그 사람도 문제가 많았고 적도 많았습니다. 전직 대통령을 형님이라고까지 불렀던 사람이니까요.”

    커피숍에는 젊은 사람보다 중년 이후의 사람들이 많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