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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204) 제21화 금반지 사월의 이야기 20

“출마를 포기하시오”

  • 기사입력 : 2017-10-3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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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사월은 불안했다. 임진규가 야당으로 출마하면 정권을 잡은 자들이 그냥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군사문화의 지배를 받고 있는 한국이었다. 권력자의 한마디에 사람들이 체포되고 세무조사를 받는 시절이었다.

    임진규는 오래전부터 출마를 계획해 왔다. 윤사월이 설득했으나 그는 듣지 않았다.

    ‘임진규가 정치를 하려고 하다니….’

    윤사월은 임진규가 고집을 부리자 난감했다. 그러나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임진규가 그녀의 일을 도왔으나 부하직원이 아닌 변호사였다. 임진규가 본격적으로 선거운동을 시작하자 여당의 국회의원이 알게 되었다. 그가 윤사월에게 전화를 걸어 임진규를 포기시키라고 권했다. 윤사월은 다시 임진규를 설득했다. 그러나 임진규는 그의 말을 듣지 않았다.

    “내 말을 듣지 않네요.”

    윤사월은 여당 국회의원에게 말했다. 여당 국회의원은 후환을 두려워하라고 협박했다. 임진규가 선거운동을 하면서 여권이 바짝 긴장했다. 윤사월에게 다시 압박이 들어왔다.

    “임 변호사, 다시 생각할 수 없어요?”

    윤사월은 임진규에게 간곡하게 권유했다.

    “죄송합니다, 회장님. 야당은 원래 가시밭길을 가야 합니다. 처음부터 온전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윤사월은 임진규를 포기시킬 수 없었다. 윤사월은 무엇인가 불길한 일이 닥쳐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군사정권 아래에서 권력자들이 무슨 짓을 저지를지 알 수 없었다.

    김두한이 수원에서 국회의원에 출마하려고 한 일이 있었다. 그는 종로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된 뒤에 국회에 분뇨를 투척하는 등 반독재 투쟁을 하여 여당의 미움을 받았다. 분뇨투척 사건으로 국회의원직에서 사퇴했다가 다시 출마했다. 그러나 여당의 관권 금권 선거로 낙선했다. 종로가 상징적이었기 때문에 여당에서 목숨 걸고 대대적으로 선거운동을 한 것이다. 그는 몇 번의 낙선 끝에 종로 출마를 포기하고 수원에서 출마하기로 했다. 그러나 수원에는 권력자의 친인척이 여당으로 출마하고 있었다.

    김두한이 출마하면 권력자의 친인척이 낙선한다.

    “출마를 포기하시오.”

    김두한에게 압력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김두한은 자유당 때부터 야당으로 활동한 사람이었다.

    “포기할 수 없소.”

    김두한은 여당의 요구를 거절했다. 그는 온갖 방해를 받아가면서 수원에서 출마준비를 했다. 그러자 검은 승용차를 타고 온 사람들이 그를 끌고 갔다. 김두한이 끌려간 곳은 안가였다. 그는 무지막지한 고문을 당했다. 결국 그는 국회의원 출마를 포기해야 했다.

    “고문을 얼마나 심하게 당했는지 이가 부러지고… 제가 이를 하라고 100만원을 구해 드렸는데 그 돈을 후배들 쌀값으로 주었다고 하더군요.”

    김두한의 후계자라는 사람이 말했다. 김두한 같은 거물도 끌려가 매를 맞은 것이다. 윤사월은 임진규도 그러한 일을 당할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임진규의 국회의원 출마는 결국 윤사월에게까지 불똥이 튀었다. 윤사월은 검은 승용차를 탄 사내들에 의해 안가로 끌려갔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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