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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201) 제21화 금반지 사월의 이야기 17

“왜 그렇게 웃어요?”

  • 기사입력 : 2017-10-2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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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주 이야기는 창신동의 화제가 되었다.

    “하아, 순주가 맹랑하네. 어떻게 그런 짓을 꾸미지?”

    시장 사람들이 모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살인미수죄로 감옥에 갔으니 애만 불쌍하게 생겼네.”

    순주와 그녀의 남자는 구속되었다. 아이는 고아원으로 보내졌다. 순주에게 오빠가 있었으나 키울 수 없다고 했다는 것이다.

    “금반지 할머니도 자신을 죽이려고 한 사람들의 아들을 키우고 싶지 않겠지. 돈 복은 있어도 자식 복은 없는 모양이야.”

    사람들이 윤사월을 동정했다.

    “내가 잘못했어요.”

    4월 어느날이었다. 뜰안에 살구꽃이 활짝 피었다. 이춘식이 정원에서 책을 읽고 있는데 윤사월이 차 쟁반을 가지고 나와서 앞에 앉았다.

    “그러게 정주지 말라고 그랬잖아?”

    이춘식이 윤사월을 보고 잔잔하게 웃었다.

    “사람들이 분수를 모르네요.”

    윤사월이 무겁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유난히 아이를 귀여워했었다. 이춘식이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윤사월은 대추차를 마셨다. 순주가 이춘식의 아이를 잉태했다고 말했을 때 코웃음을 친 것은 이춘식이었다.

    “왜 그렇게 웃어요?”

    윤사월이 의아하여 물었다.

    “내 아이가 아니야.”

    “영감 아이가 아니라고요?”

    “아니야.”

    “어떻게 아니라고 자신해요? 순주는 영감님과 같이 잤다는데… 같이 잤으니까 아기가 생길 수도 있잖아요?”

    “당신과 나는 수십 년 동안 임신을 하지 않았잖아. 나는 임신을 시킬 수 없어.”

    “왜요?”

    “무정자증이기 때문이야.”

    “자식이 있었는데 일찍 죽었다고 했잖아요?”

    “내 자식이 아니었을 거야.”

    이춘식의 말에 윤사월은 가슴이 저렸다. 이춘식에게도 아픈 상처가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영감님께서 아이들을 예뻐하여 자식을 바란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첩이라도 들이려고 했는데 한사코 반대했고….”

    “이제는 지난 일이니 잊어버립시다.”

    이춘식이 책으로 시선을 떨어트렸다. 순주의 아이가 이춘식의 아이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으나 윤사월이 강력하게 주장하여 집으로 들였다.

    윤사월은 양자라도 들일 생각이었으나 마땅치 않았고, 아이가 양자라는 주위의 시선을 받는 것도 싫었다. 순주가 이춘식의 아이를 잉태했다고 선언했으니 양자를 들이는 셈치고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던 것이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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