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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6월 26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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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200) 제21화 금반지 사월의 이야기 16

“영감님이 이상하네”

  • 기사입력 : 2017-10-2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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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술집 주인이 손님에게 눈을 흘겼다.

    “수준은 무슨….”

    “순주는 부자의 애를 임신했구 당신은 요모양 요꼴이잖아? 수준 차이가 안 나?”

    “쳇, 영감님 걸 봐서 뭘해.”

    “그런데 순주는 봤잖아?”

    “하기야 보기만 했나? 그년은 애까지 생겼는데….”

    술집 여주인이 탄식했다. 손님의 말대로 순주는 아기를 임신하여 팔자가 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순주는 남자 있지 않나?”

    손님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남자가 있으면 뭘해? 맨날 놀고 먹는 한량이야. 순주에게 돈이나 뜯어가고….”

    술집 여주인도 순주의 남자를 본 일이 있었다. 키가 크고 꽁지머리를 한 사내였는데 일정한 직업이 없었다.

    순주는 윤사월의 집에서 지내면서 아들을 낳았다. 그녀가 아들을 낳자 누구보다 기뻐한 것은 윤사월이었다. 그녀는 아들뿐이 아니라 순주에게도 잘했다. 아들을 낳은 뒤에 탐탁해하지 않은 것은 오히려 이춘식이었다.

    “영감님이 이상하네. 귀한 아들을 낳고도 왜 좋아하는 기색이 없지?”

    사람들이 모두 의아해했다. 그런 이춘식을 보고 윤사월이 간간이 한숨을 내쉬었다.

    순주는 아들을 낳은 뒤에 기고만장해졌다. 윤사월의 집에는 운전기사를 비롯해 일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들을 함부로 대하고 윤사월을 돕는 변호사와 가방을 들고 따라다니는 비서까지 아랫사람 대하듯 함부로 굴었다.

    순주는 아들을 거의 돌보지 않았다. 아들을 키우는 것은 윤사월과 유모였다. 순주는 돈이 필요할 때만 아들을 안고 윤사월에게 가서 형님 운운하면서 아양을 떨었다.

    순주는 술에 취해 돌아올 때가 많았다. 백화점을 드나들면서 새옷을 사입고 돈을 물쓰듯이 썼다. 남자에게 전화를 하면서 거리낌이 없었다.

    그 무렵 윤사월은 교통사고를 두 번이나 당했다.

    “이상한 놈이네. 중앙선을 일부러 침범해서 돌진해 왔으니….”

    운전기사가 아슬아슬하게 차를 피한 뒤에 말했다. 중앙선을 침범한 차는 논바닥에 처박혔다. 윤사월은 차가 핸들을 갑자기 돌리는 바람에 부상을 당했다. 그녀는 보름 정도 입원했다. 두 번째 사고도 중앙선을 침범한 사고였다. 맞은편에서 오던 차가 갑자기 핸들을 꺾어 윤사월의 차로 돌진했다. 그런데 윤사월의 차는 외제차라 에어백이 터져 윤사월이 크게 다치지 않았고 오히려 충돌을 한 상대방 운전기사가 중상을 당했다.

    ‘이 작자가 보험 사기꾼인가?’

    보험사가 사고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두 사고의 운전기사가 같은 인물이라는 사실을 수상하게 생각하여 경찰에 신고했다. 형사들이 수사를 하자 순주와 순주의 남자가 윤사월을 죽이기 위해 꾸민 음모였다. 그들은 윤사월이 죽으면 수천억대의 재산이 순주의 아들에게 돌아온다는 사실을 알고 청부살인을 계획한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순주가 낳은 아들이 이춘식의 아이가 아니라 순주의 남자 아이라는 사실이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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