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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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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173) 제20화 상류사회 23

“그림값이 얼마나 갈까?”

  • 기사입력 : 2017-09-1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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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은희는 고미술상가를 아침 일찍 다녀온 것이다.

    “무슨 일이 있어?”

    관장실에서 전은희에게 물었다. 전은희는 옷차림에서 이미 가을을 맞이하고 있었다. 스커트와 블라우스가 단풍색으로 화려했다.

    “양호유적도첩이 있다는 소문이 고미술상가에 돌고 있어요.”

    “양호유적도첩?”

    “북관유적도첩은 아시죠?”

    “고려대 박물관에 있는 거 아니야?”

    북관유적도첩은 무인들이 함경도 지방에서 외적을 물리친 이야기를 병풍으로 그린 것이다. 이순신의 조산 만호 시절을 그린 <수책거적도>, 남이 장군이 여진을 물리치고 돌아오다가 백두산에 오르는 모습을 그린 <등림영회도> 등 9개의 그림이 병풍으로 남아 있었다. 18세기경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병풍이었다.

    양호유적도첩이라면 전라도와 충청도지방의 전쟁 기록화일 기능성이 있었다. 그러나 소문만 무성한 일도 많았다.

    “확실해?”

    “열두 폭짜리 병풍인데 어떤 남자가 가격을 물어보고 다닌대요.”

    “그림값이 얼마나 갈까?”

    “삼국지연의를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요? 그림의 질이 문제이긴 하겠지만….”

    삼국지연의는 6억5000만원에 낙찰이 되었다. 수백 년 전의 그림이라고 해도 보존 상태, 희귀성과 예술성 등 그림의 가치를 평가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였다.

    “내 예감인데 그림의 질이 나쁘지는 않을 거야. 고미술상가에 다니면서 명함을 쫙 뿌려. 반응이 올지도 모르니까.”

    “네.”

    “또 무슨 일이 있어?”

    보고가 끝났는데도 전은희가 물러가지 않고 있었다.

    “오일도 화백이 자신의 그림을 전부 넘기겠다고 합니다.”

    오일도는 중견화가로 서양화를 주로 그리고 있었다. 최근에는 그림을 그렸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왜 그러는데?”

    “돈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림이 몇 점이나 돼?”

    “50~60점 됩니다. 시중에도 꽤 있구요.”

    “앞으로도 그림을 그릴 건가?”

    “당분간은 그리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적절한 가격이면 매입하는 걸로 해.”

    “네. 계간지 우리미술의 행사 지원은 어떻게 합니까?”

    계간지를 발행하는 것은 적자다. 계간지의 독자는 갈수록 떨어지고 홍보수단으로서의 가치도 미약하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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