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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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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172) 제20화 상류사회 22

“한번 추실래요?”

  • 기사입력 : 2017-09-1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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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낮에 찜질방에서 안마를 하던 남자의 얼굴이 떠올랐다. 눈가리개를 했기 때문에 상대가 누구인지 전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건장하고 강인한 체격을 가지고 있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젊었다. 그가 몸속에 들어왔을 때 서경숙은 전율했다.

    “경숙씨가 부탁하면 도와드려야죠. 오히려 제가 도움을 받을지도 모르구요.”

    “정말이요?”

    “그럼요. 서로 돕고 살아야지요. 부당하지만 않으면 나쁘지 않을 겁니다. 언제 소개시켜 주십시오. 저도 선배가 많은 것이 좋습니다.”

    서경숙은 술을 마시면서 잘 되었다고 생각했다.

    이민석은 차분하고 조용한 성품이었다. 갈비집에서 나오자 나이트클럽으로 서경숙을 데리고 갔다. 노래방에서 춤을 추기는 했으나 나이트클럽은 뜻밖이었다.

    “이런 데 온 적 있어요?”

    맥주와 안주를 주문하고 이민석이 물었다.

    “최근에는 안 왔어요.”

    나이트클럽에 춤을 추러 오는 것은 몇 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일이다.

    “저는 가끔 옵니다.”

    이민석이 술을 마신 뒤에 플로어를 살폈다. 플로어에는 몇몇 쌍이 끌어안고 블루스를 추고 있었다.

    “사교댄스를 좋아하나 봐요.”

    “예. 어떻게 하다 보니 이게 취미가 됐어요.”

    “여자들도 많이 사귀었을 것 같아요.”

    “직업 때문에 조심했습니다. 한번 추실래요?”

    “잘 추지 못하니까 리드해줘야 돼요.”

    “걱정하지 마십시요.”

    이민석이 서경숙의 손을 잡고 플로어로 나갔다. 무대에서는 악사들이 경쾌한 음악을 연주하고 밤무대 가수가 유행가를 부르고 있었다.

    이민석은 서경숙을 부드럽게 리드했다. 서경숙은 이민석의 품에 안겨서 춤을 추었다. 춤을 추면서도 찜질방의 남자가 떠올랐다. 나이트클럽에서 나온 것은 밤 11시가 되었을 때였다.

    이민석은 택시로 집에까지 태워다가 주었다. 서경숙은 취기 때문에 자정이 지나서야 잠을 잤다.

    이튿날은 비가 그쳐 있었다. 이준구와는 오후 4시에 만나기로 약속이 되었다. 갤러리로 출근하자 심은지가 출근해 있었다.

    “속초 호텔은 어때?”

    속초 호텔은 아직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전시회가 내일 끝나는데 괜찮아요. 오후에 다시 내려가려고요. 마무리하고 내일 밤에 올라오겠습니다.”

    “그렇게 해.”

    전은희는 아침 11시가 지나서 출근했다. 미술평론가 한 사람과 장안동에 있는 고미술상가를 다녀왔다고 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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