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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6월 26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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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167) 제20화 상류사회 17

“이거 써”

  • 기사입력 : 2017-09-0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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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욕타월을 두르고 나와 식당으로 갔다. 식사는 제주도에서 공수해 온 갈치로 만든 갈치조림과 북어국이 주메뉴였다. 밑반찬이 대략 스무 가지나 되었고 향기가 좋은 전통주도 있었다. 식당에 한 여자가 있다가 박인숙과 인사를 나누었다.

    “여기는 창호그룹 부회장 사모님.”

    박인숙이 중년여자를 소개했다. 창호그룹은 부친이 창업자이고 큰아들이 후계자였다. 부회장 위치에 있기는 했으나 실질적으로 그룹을 움직이고 있었다.

    “이소영이에요.”

    “서경숙입니다.”

    서경숙은 40대 중반의 이소영과 인사를 나누었다.

    이소영은 조용하면서도 차가운 인상의 여자였다. 점심을 먹고 박인숙과 누워서 잠을 잤다. 한 시간쯤 지나 잠에서 깨었다. 한쪽에서 여자들이 둘러앉아 왁자하게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잘 잤어? 안마 한 번 받을래?”

    박인숙이 커피를 마시다가 서경숙에게 물었다.

    “아까 세신할 때 받았는데…….”

    “그런 거 말고 스페셜.”

    박인숙이 야릇한 표정으로 웃었다.

    “스페셜?”

    “날 따라와.”

    서경숙은 고개를 갸우뚱하고 박인숙을 따라갔다.

    박인숙은 좁은 복도를 지나 어떤 문을 열고 한참을 갔다. 서경숙은 천천히 따라갔다. 박인숙은 그곳에서도 문을 열고 모퉁이를 돌아서 갔는데 다시 문을 열고 들어갔다.

    ‘대체 어디를 이렇게 비밀스럽게 가는 거지?’

    서경숙은 박인숙을 이해할 수 없었다. 비밀스러운 것은 은밀한 짓을 하기 때문이다.

    “다왔어. 누워.”

    박인숙이 침대를 가리켰다. 서경숙은 침대에 올라가 앉았다.

    “이거 써.”

    박인숙이 천으로 된 가면을 주었다. 얼굴을 가리는데 눈만 가리게 되어 있었다. 서경숙은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이상해?”

    “아니요.”

    “불을 끄고 나갈게. 상대도 얼굴을 가리고 들어올 거거든. 어떤 일이 있어도 서로 얼굴을 보지 않는 게 여기 장점이야. 얼굴을 보려고 하면 다시는 여기 올 수 없어.”

    “꼭 이래야 돼요?”

    “남자도 자기 얼굴 보이는 거 싫어 해.”

    “예?”

    서경숙은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다.

    “냉장고에 맥주와 음료수 있어.”

    박인숙이 피식 웃고 방을 나갔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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