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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6월 26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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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164) 제20화 상류사회 ⑭

“재혼했어요?”

  • 기사입력 : 2017-08-3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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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경숙은 박인숙을 태운 차가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것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흔들었다.

    이민석도 어이없는 표정으로 가만히 서 있었다.

    “어떻게 맥주 한잔 더 하시겠습니까?”

    이민석이 서경숙에게 물었다.

    “네.”

    서경숙이 이민석을 보면서 눈웃음을 쳤다. 택시를 타고 합정동으로 갔다. 홀트아동복지회를 조금 지나자 2층 호프집이 있었다. 안주로 나오는 소시지가 일품이지만 2층에서 내려다보는 거리 풍경도 좋았다.

    “윤석호 선배에게 들었는데 갤러리를 하신다고요?”

    “네. 그림을 좋아해서요.”

    “민정수석실에는 일주일에 한 번 나오시고….”

    “네.”

    서경숙은 웃음을 깨물었다. 이민석은 마치 심문을 하는 것처럼 질문을 했다. 서경숙은 이민석과 천천히 맥주를 마셨다. 이민석은 때때로 우울한 표정으로 우수에 젖었다.

    “자녀분은?”

    서경숙이 이민석에게 물었다.

    “딸이 하나 있어요. 중학생입니다.”

    “저는 딸과 아들이 있어요. 둘 다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고… 남편은 사별했어요.”

    “아.”

    이민석이 약간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다. 서경숙은 이민석이 마음에 들었다. 그는 단정하고 반듯했다. 무엇보다 목소리가 부드러웠다.

    “부인은?”

    “이혼했어요. 초급장교 시절에 전방을 많이 오가니까 싫어하더라고요.”

    이민석의 우수는 부인으로 인한 것 같았다. 초급장교 때는 전방근무를 하게 되고 월급도 많지 않아 여자들이 싫어하는 것이다.

    “재혼했어요?”

    “집사람이요? 재혼을 했는데 또 이혼을 했더라고요.”

    “부인 소식을 잘 아시네요.”

    “몇 년 전에 술집에서 만났어요. 술집을 경영한다고 하더라고요.”

    “어머나!”

    서경숙은 사람의 인연이 기이하다고 생각했다. 이혼한 부부가 술집에서 만났으니 얼마나 당혹스러웠을까. 술집을 하는 부인에게는 남자가 있었다고 했다.

    “재혼했어요?”

    “저요? 하지 않았습니다.”

    “왜 안 했어요?”

    “사람들이 재혼을 하라고 그러는데 하고 싶지 않았어요. 자유롭게 살고 싶었다고 할까? 결혼이라는 것이 싫어지더라고요.”

    이민석이 천천히 맥주잔을 기울였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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