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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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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160) 제20화 상류사회 ⑩

“전시회는 성공인 것 같네”

  • 기사입력 : 2017-08-2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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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회는 빗속에서 개최되었다. 속초시 관계자들과 문화계 사람들, 관광업계 사람들이 귀빈으로 참석했고 관내 기관장들과 언론인들도 초청했다. 전시회는 비교적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비 때문에 바다에 들어가지 못하는 피서객들이 몰려왔다. 홍보가 잘된 탓에 사람들이 줄을 서야 했다. 요즘의 홍보는 텔레비전이나 신문이 아니라 인터넷 광고를 다양하게 하고 있었다.

    “전시회는 성공인 것 같네.”

    서경숙이 심은지를 보고 말했다. 그들은 로비에 줄을 서 있는 사람들이 신기했다. 아이들의 손을 잡고 온 부부도 있었고 젊은 남녀들도 있었다.

    “호텔 복도가 전시장으로 사용될지 누가 알았겠어요? 피서철이라 때도 좋았고요.”

    심은지도 기분이 좋아 들뜬 표정이었다. 전시회의 관람료는 1000원을 받았으나 부채와 책 등 선물이 1만원이 넘었다. 책은 <한국 그림 5000년>이라는 제목의 책인데 그림이 컬러여서 소장 가치도 있었다. 호텔과 갤러리가 모두 이익을 남기지 않을 생각이었기 때문에 관람객들의 반응이 좋았다.

    “속초에 피서객이 엄청 몰려왔지? 피서객 덕도 봤을 거야.”

    “피서객 때문에 영동고속도로가 밀렸대요.”

    생활 한복을 입은 전은희가 하얗게 웃었다. 심은지와 전은희, 그리고 호텔의 직원들까지 모두 생활 한복을 입고 안내를 했다. 전시회가 성황을 이루자 호텔 쪽에서도 좋아했다. 임준생은 외국 출장을 갔다. 그는 스마트폰으로 관람객들이 줄을 서 있는 것을 보고 좋아했다.

    “자기들은 하루 쉬고 올라와. 난 점심 먹고 올라갈게.”

    서경숙은 심은지와 전은희에게 지시했다. 밤에는 윤석호와 저녁 식사를 해야 했다. 아침에 그에게서 문자가 왔다.

    송원정식당. 오후 7시. 참석자 윤석호. 서경숙. 이민석. 박인숙으로 되어 있었다. 박인숙은 기업가 출신으로 현직 국회의원이었다. ‘미르박’이라는 패션그룹을 이끌어 대중들에게도 널리 알려져 있었다. 서경숙도 텔레비전이나 신문에서 성공한 여성기업인으로 기사가 실린 것을 몇 번 본 일이 있었다.

    ‘국회의원까지 술자리에 부를 까닭이 뭐람?’

    서경숙은 박인숙의 참석이 달갑지 않았다.

    “바닷가 구경이나 할까?”

    서경숙은 호텔에서 나와 해수욕장으로 걸어갔다. 심은지와 전은희가 따라나섰다. 비가 오고 있어서 한낮인데도 어둠침침했다. 해수욕장은 모래벌판에 텐트가 늘어서 있고 남녀들이 비를 맞고 뛰어다녔다. 빗속에서 배구를 하는 사람들도 있고 텐트 안에서 기타를 치고 노는 사람들도 있었다. 비가 오고 있어서 바다로 들어가는 것은 금지되어 있었다. 안전요원들이 바다로 들어가는 10대들에게 경고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아이들은 비가 오는데도 돌아다니네요.”

    전은희가 우산을 들고 말했다. 어쩌면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고 싶은지도 몰랐다.

    “아이들이라 그런 거지.”

    비키니를 입은 젊은 아가씨들도 깔깔대면서 뛰어다니고 있었다. 텐트 안에서 삼겹살을 구워 먹는 사람들도 있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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