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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19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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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카 피해 여고생들 학교규탄 대자보

  • 기사입력 : 2017-08-17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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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가 대변해야 할 것은 학교의 명예가 아닌, 지금 우리가 학교에서 겪어나가는 ‘삶’과 ‘생활’이다.”

    남자교사가 교실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하고, 교장이 학생들에게 성적인 비유를 담은 부적절한 훈화를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파문이 일었던 창원 모 여자고등학교 학생들이 대자보로 자신들의 주장을 펴고 나섰다. 학생들은 ‘대자보라는 고전적인 방식을 통해 해당 사건은 물론 전반적인 교내 문제에 대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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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일 해당 학교 실내 복도 4곳에는 학생들이 직접 작성한 대자보가 붙었다.

    한 학생은 대자보를 통해 “교장이 우리에게 성희롱적인 발언을 한 지 1년 2개월, ‘몰카 사건’이 일어난 지 40일이 지난 후에야 우리의 목소리를 비로소 낼 수 있게 됨은 부끄럽지 않으신가요”라며 “학생회가 버젓이 존재함에도 그들이 학생의 권리와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오히려 목소리 내는 이들을 향해 ‘철없다’느니 하는 소리를 하는 게 진정 부끄러운 일이 아닐는지요”라고 되물었다. 학생들을 향해서는 “우리는 학교의 주인이며, 잘못된 학교를 바꿔나갈 수 있는 유일한 주체이기도 하다”고 했다.

    또 다른 대자보에서는 객관식 문답 형식을 빌려 학생들 몰래 교실에 카메라를 설치한 교사를 질타했다. 대자보에는 ‘야간 자율학습 태도 감시용이었다’, ‘너희 생기부(생활기록부) 써야 한다. 개별 사과받고 싶으면 연락해라. 사과를 했다고 학부모에게 전하고 민원을 그만 넣어달라’ 등 몰래카메라가 발견돼 문제가 된 후 해당 교사의 발언 등 대처에 대한 학생들의 비판적인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이 학교 관계자는 “학생들끼리 일종의 토론처럼 목소리를 내는 것을 막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해 자유롭게 게시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며 “이번에 불거진 사건을 계기로 교칙 중에서도 개선했으면 하는 내용에 대해서 학생들이 다양하게 이야기하고 있는 과정이다. 한 달간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9월 중 학생·학부모와 함께 공청회를 통해 교칙 개정 등을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4월 1학년 학생 전체를 대상으로 한 특강에서 성적인 비유를 담은 훈화를 해 물의를 빚은 이 학교 교장은 지난 16일 조회 형식을 빌려 전교생에게 사과했다고 학교 측은 밝혔다. 교실에 학생들 몰래 카메라를 설치한 이 학교 교사는 현재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도영진 기자 dororo@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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