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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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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되풀이되는 닭 공포 대책은?

가로·세로 50㎝에 암탉 6~8마리… 밀식사육이 화 키웠다
전문가 “밀식사육과 가축질병은 인과관계 분명… 사육공간 늘려야”
업계 “농가에 과도한 책임 요구”

  • 기사입력 : 2017-08-1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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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조류인플루엔자)로 인한 ‘치킨포비아’가 채 끝나기도 전에 계란공포증 ‘에그포비아’가 한국인의 밥상을 강타했다. 닭과 계란이 없는 밥상을 상상할 수 없는 현실에서 닭이나 계란이 없으면 사람도 없는, 그래서 ‘가축이 아프면 사람도 아픈’ 시대를 살고 있다. 되풀이되는 공포를 차단할 수 있는 방안을 진단한다.

    ●닭과 식단= 우리나라 국민은 1년에 닭과 계란을 얼마나 섭취할까.

    닭을 유형별로 보면 산란계가 90%인 2245만 마리로 대부분을 차지하며 육계·토종닭이 8%인 213만 마리, 산란종계가 41만 마리로 2% 정도된다.

    한국인 1인당 닭 소비량은 2016년 기준 13.8㎏이다. 출하 중량 규격(평균 1.1㎏)으로 환산하면 12.6마리 정도된다. 즉 한 사람이 한 달에 1마리꼴로 섭취한다.

    계란은 110억개 정도 된다고 한다. 계란은 지난 2000년 1인당 연간 184개에서 2015년 254개를 소비했다. 폭발적 성장세이다.

    ●AI 반복에 살충제 계란은 왜= AI로 살처분되는 닭의 90%는 산란계, 즉 알을 생산하는 닭이다. 동물복지가 적용되지 않는 정부 정책 실패와 공장형 대량생산체계에 원인이 있다는 것이 보편적인 시각이다. 물론 생산농가에서는 위생 등 종합적인 대책으로 먹거리 안전이 지켜지는 만큼 이 부분이 강조되는 것에 반감이 있다.

    2014년 통계를 보면 국내에서 산란계 6400만 마리가 길러지고 있으며 하루 평균 3800만 개의 달걀이 생산되고 있다. 닭 사육농가는 줄어드는데 생산량은 느는 아이러니. 바로 여기에 밀식이 있다. 배터리식 닭장 시스템. 1930년대 미국서 개발된 이 시스템으로 가로, 세로 50㎝의 닭장 하나당 암탉 6~8마리가 사육된다. 1마리당 A4 용지 한 장 크기(0.062㎡)도 되지 않는 케이지 속에서 옴짝달싹하지 못한 채 평생 날개 한 번 제대로 펴 보기 어려운 공간서 알을 낳고 팔려간다.

    이번 살충제 계란 파동도 밀식사육 문제가 관련돼 있다. 문제가 된 피프로닐은 닭에 기생하는 진드기를 없애기 위한 것인데, 닭 진드기는 양계 농가에 큰 피해를 주면서도 근절이 어려운 기생충이다. 기온이 25도를 넘고 습도가 높으면 크게 증식한다. 피프로닐은 개나 고양이에는 사용이 가능하지만 닭이나 계란에는 사용이 금지돼 있다.

    반면 농가들 사이에는 피프로닐 성분 살충제가 효과가 좋다고 알려져 있다. 야생에서 자라는 닭은 진드기가 생겨도 바닥에 몸을 문지르거나 하는 방식으로 대처한다. 하지만 밀식의 경우 살충제를 뿌리는 방법밖에 없다. 양계농가에서 살충제를 뿌릴 때는 닭을 모두 내보내고 계란과 사료 등도 모두 치운 다음 살포해야 하지만 현실에서는 잘 지켜지지 않는다.

    ●대책= 김상현 경상대 수의학과 교수는 “촌에서 닭 몇마리씩 (마당에) 풀어 놓아서 키우면 이런 문제가 없다. 계란을 싼 값으로 사먹기 위해 밀식사육을 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며 “밀식사육과 가축질병은 인과관계가 분명하다. 공장식 사육을 하면 전염병 같은 질병은 급속 전파된다. 층층으로 된 케이지 속에서 키우는 것보다 땅에서 활동하면서 키우면 훨씬 낫다”고 말했다.

    대부분 축산농가는 밀식사육을 하면 면역력이 떨어지는 걸 알고 있지만 경제성 때문에 그렇게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현재의 이 같은 생산 없이는 가격이 비싸 많은 사람들에게 낮은 가격으로 고기와 달걀을 공급할 수 없다.

    김 교수는 또 “밀식해 사육하다 보면 전염병 예방을 위해 약를 사용하지 않으면 사육이 곤란하다. 예전에 벽이나 바닥에 (약을) 뿌렸을 땐 검출되지 않았다. 살충제가 계란에 잔류할 정도면 모이나 물에 약을 탓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정 부분 정부에서 보전을 해 준다면 밀식사육이 아닌 사육공간 확대를 시도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AI 발생 원인 중 하나가 밀식사육으로 보고 양계농가에서 산란계의 사육면적을 늘리는 조치를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정부는 올해 AI 개선대책에 산란계 사육면적을 기존 한마리당 0.05/㎠에서 0.075/㎠로 늘리는 내용을 담았다.

    반면 일각에선 이에 대한 반론도 제기하고 있다. 유재홍 한국난가공협회장은 “밀식사육하지 않는 철새가 AI에 걸리는 것은 AI와 사육공간 사이에 상관관계가 전혀 없다는 걸 보여준다”며 “사육공간 확대는 정부가 부정확한 판단으로 농가에 과도한 책임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언론 보도와 관련, 김 교수는 “워낙 민감한 문제라 말하기 조심스럽지만 (언론 등이) 너무 과민하다. 이런 문제에 가장 조심하는 게 당사자인 축산농가이다. 정부는 대책을 세워야 겠지만 살충제 계란은 일부 농가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좀더 차분해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저항성이 강한 유전적 특성을 가진 닭을 선발해 육종하고 유전공학기술을 이용해 AI 감염과 연관된 유전자를 교정하는 등 부차적인 노력도 뒤따라야 한다.

    강진태·이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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