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6월 26일 (수)
전체메뉴

[거부의 길] (1140) 제19화 대통령선거 70

“첫 출근인데 고생이 많았어”

  • 기사입력 : 2017-07-26 07:00:00
  •   
  • 메인이미지




    대추차는 달달했다. 이일목과 최태인의 눈에서 빛이 뿌려졌다.

    “누가 그런 짓을 해? 내가 도시락 싸가자고 다니면서 말려야겠네.”

    “어떤 사람이 조선파이낸셜을 사려고 하니까 현금만 100억원을 갖고 있더래요.”

    조선파이낸셜은 경제신문이다.

    “신문사가 현금을 그렇게 많이 갖고 있다고?”

    이일목이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렇죠. 다른 경제신문은 250억을 갖고 있고… 이제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신문이 경제신문이래요. 그 신문사는 이미 빌딩과 방송국을 갖고 있잖아요?”

    대부분의 신문사들이 독자가 떨어지고 광고가 들어오지 않아 적자에 허덕이고 있었다. 그러나 경제신문은 이익을 창출하고 있었다.

    “어떻게 신문사에 있는 우리보다 잘 알아?”

    최태인은 할 말이 없다는 표정이었다.

    진청하는 영화 제작에 투자하기 위해 감독을 만나고 돌아가다가 우연히 두 기자를 갤러리 앞에서 만났다고 했다. 서경숙은 그들과 함께 레스토랑으로 가서 와인을 마시면서 식사를 했다. 진청하는 서경숙을 언니라고 부르면서 따랐다. 퇴근시간이 지나자 심은지와 전은희도 함께 와서 어울렸다.

    ‘기자들과 친분을 쌓아두면 갤러리를 위해서 좋겠지.’

    서경숙은 그들과 헤어져 집으로 돌아오면서 비가 내리는 거리를 응시했다. 빗줄기가 시원스럽게 쏟아지고 있었다.

    임준생이 강진에서 올라오던 날이 서경숙이 청와대에 첫 출근을 하는 날이었다. 서경숙은 일주일에 한 번씩 출근하기로 했으나 첫날이기 때문에 민정수석실 직원들과 인사도 나누고 첫 집무를 시작한 대통령의 동선도 지켜보았다. 국무총리의 제청이 이루어진 장관 임명식도 있었다. 수석비서관과 보좌관들에게도 임명장이 수여되었다. 서경숙에게는 민정수석실 직원증과 출입증이 지급되었다.

    점심식사는 청와대 구내식당에서 하고 오후 늦게 퇴근했다. 하루 종일 출입증을 가슴에 달고 청와대 집무실에서 근무하는 것은 고역이었다. 서경숙은 청와대에서 나오자 해방된 기분이었다.

    “첫 출근인데 고생이 많았어.”

    임준생이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말했다. 서경숙은 임준생의 팔짱을 끼고 하늘을 쳐다보았다.

    “공연히 출근하겠다고 했나 봐요. 또 비가 올 것 같아요.”

    하늘이 잿빛으로 흐려져 있었다.

    “금년에는 장마가 제법 길 모양이야.”

    “하시는 일은 잘 되었어요?”

    “잘 되었어.”

    서경숙은 조금 빠르기는 했지만 임준생과 저녁식사를 했다.

    식사를 한 뒤에는 무교동의 임준생 호텔로 가서 와인을 마셨다. 고층에서 내려다보이는 서울에 서서히 어둠이 덮이기 시작하고 있었다.

    글:이수광그림:김문식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김세정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