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5월 01일 (수)
전체메뉴

‘외상거래’ 관행에 돈 떼이고도 눈물만

[진단] ‘민간고용서비스업자’ (1) 임금 先지급 後정산

  • 기사입력 : 2017-07-09 22:00:00
  •   
  • ‘직업소개 사업자’로 알려진 ‘민간고용서비스업자’(이하 사업자)들은 다양한 분야의 구인·구직상담과 컨설팅을 통해 일자리를 제공하고, 구인 사업장에는 일할 사람을 보내는 역할을 한다. 주로 사회 및 취업 취약계층이 대상이다.

    도내에도 1500여 사업자들이 매일 일용직(건설·파출·아웃소싱), 단기계약직(원어민 강사·간병·베이비시터·산모도우미·광고모델), 매월 상용직(공장·영업·사무직·고급인력의 헤드헌터) 등 하루 7만명을 취업시켜 민간분야 고용창출에 기여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중요한 역할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일일 임금 선 지급 후 정산’, ‘무등록업소 난립’, ‘제3자 운영(명의 도용)’ 등 다양한 문제들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본지는 이들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전국고용서비스협회 경남도지회(지회장 김세년) 출범 7주년을 맞아 도내 사업자들이 당면한 어려움을 (1)임금 선 지급 후 정산의 문제와 대책 (2)사업자 등록 요건 완화에 따른 문제점과 개선책 (3)구인업체 인력부족과 대책 등 3차례에 걸쳐 점검한다.

    메인이미지

    도내 사업자들 중에는 건설현장에 일용 구직자를 알선해 공급하는 경우가 많다. 도내 전체 사업자 1500곳 중 700~800곳이 여기에 해당된다는 게 경남지회 측의 설명이다.

    구직자를 공급하는 경우 사업자는 알선을 의뢰받은 건설업체에게 구직자에 대한 임금을 당일 줄 것을 요구하지만, 건설업체는 지속적인 거래 관계와 사회 관습상 당일 결제를 해주지 않는다. 계약을 유지하려면 외상으로 하고, 안되면 다른 사업자에게 하면 된다는 식이다. 이 같은 관행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외상 거래가 이뤄지고, 대개 한 달 후에 받는다. 하지만 일일 구직자에게는 매일 임금을 대신 지급한다. 사회 취약계층이며 하루 일당으로 삶을 영위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업자들은 일종의 사회 안전망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구조로 인해 사업자는 구직자에게 미리 임금을 대지급했지만 건설업체로부터는 임금을 못 받는 경우가 매년 늘어나면서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주로 건설업체들의 고의부도와 책임의식 부재 때문이다.

    메인이미지
    지난 2월 창원시 의창구 명곡동 전국고용서비스협회 경남도지회 사무실에서 열린 경남도지회 창립 7주년 기념식./전국고용서비스협회 경남도지회/



    ◆피해사례= 창원의 A사업자는 지난해 5월 건설업체로부터 7개월간의 군부대 관급공사 인부 알선을 의뢰받았다. 월말에 일을 마감하면 다음달 10일 결제하는 조건이었다. 이에 따라 처음 두 달간은 정상적으로 대금을 받았다. 하지만 3개월째부터는 “발주처와 재계약을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 그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하면서 5개월 치를 계속 지급하지 않았지만 군부대의 공사라 사정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후 확인한 결과, 저가수주와 공사 기성액 초과수령, 면허를 담보로 한 사채이용 등으로 부채를 발생시킨 후 ‘발주처와 재계약’ 등을 핑계로 내세우며 대금지급을 지연하다가 고의 부도를 낸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A사업자는 대지급한 1억원을 받기 위해 발주처나 고용노동부 등에 호소해도 임금 채권을 인정받지 못했고 급기야 법원에 민사소송도 제기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거제의 B사업자는 2015년 10월 C건설업체와 일이 끝나면 보름 후 임금을 받기로 하고 개인 주택 슬장브 공사에 인부 10명을 15일간 투입했다. 일이 끝난 뒤 약속한 날짜에 임금 2300만원을 받기 위해 건설업체 사무실을 찾아갔지만 비품과 사무용품을 치우고 대표는 잠적을 한 상태였다. 주택 주인도 사정에 못 이겨 기성금 5000만원을 건설업체 대표에게 이미 초과 지급한 상태였다. 주인은 자신도 건설사의 고의 부도로 피해를 입었다며 임금에 대한 보상을 거부해 사업자는 건설사 대표에 대한 형사고발만 하고 말았다.

    경남도지회 관계자는 “이 같은 사례는 건설회사와 거래관계에 있는 직업소개 사업자의 공통된 애로사항이며, 경남도지회에 접수되는 피해 건수는 연 30여건, 금액으로는 연간 20억원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개선책은= 관련 업계는 “일일 구직자는 사회적 취약계층으로 생계지원 차원에서 직업소개 사업자가 임금을 선 지급할 수밖에 없어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해 정부에서 공사 전 건설업체가 착수금으로 받는 30%의 공사대금 중에서 현장 구인 예상 인원의 임금에 대해선 사전 공탁제도를 도입하거나 발주처나 원청에서 해당 건설업체의 동의하에 임금을 직업소개소에 직불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또 대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것에 대비해 정부에서 농민의 재해 보장 보험에 준하는 보장 보험을 도입해 직업소개 사업자 및 구직자 구제에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명용 기자 mylee@knnews.co.kr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 관련기사
  • 이명용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