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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4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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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127) 제19화 대통령선거 57

‘자유는 외로움을 수반하는구나’

  • 기사입력 : 2017-07-0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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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경숙은 오빠에게 전화를 걸어 어떻게 된 일인지 물어보았다. 오빠는 청와대에서 퇴근하는 중이라고 했다.

    “야당의 반대로 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할 거야.”

    오빠가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왜요?”

    “윤명하는 진보적이잖아? 희생양으로 삼은 거야. 아마 이번 지명자는 통과하지 못하고 두 번째 지명자가 통과할 거야.”

    “총리 지명도 권모술수란 말이야?”

    “정치는 권모술수야. 그리고 나 행정수석 제의받았다.”

    오빠는 수석비서관이 될 만한 자질을 갖고 있었다. 모범공무원답게 행실이 깨끗하고 업무 추진력이나 인화력까지 갖추고 있었다. 시청에서 오랫동안 근무했지만 행정부의 요직을 맡을 만한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잘됐네.”

    “그런데 그쪽에서 네 얘기도 하더라.”

    “내가 대통령선거 캠프에서 일했잖아? 논공행상 아닐까? 민정수석실에 일주일에 한 번만 나오래.”

    “공직에 몸담으려면 매사에 조심해야 한다. 적들이 많이 생길 거야.”

    “나도 계속할 생각 없어.”

    “자유롭게 살 생각이라면 권력에 가까이 가지 말아야 돼. 권력에 가까이 갈수록 위험해져.”

    “그럼 어떻게 해?”

    “청와대에서 몇 달만 일을 하면 비난하고 모함하는 사람들이 생길 거야. 너를 쫓아내려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당하기 전에 먼저 그만두어야 하겠네.”

    “내일 아침에 집에 와라. 아침이나 먹자.”

    오빠와 오랜만에 길게 통화를 했다.

    “알았어요.”

    오빠와 통화를 끝내고 서경숙은 모처럼 라면을 끓여 먹었다.

    ‘사람들은 누구나 가족과 함께 살고 있다.’

    라면을 먹으면서 창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어두운 유리창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외로워 보였다.

    ‘자유는 외로움을 수반하는구나.’

    서경숙은 씁쓸하게 웃었다. 어쩌면 외로움은 고독인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엎치락뒤치락 하느라고 잠이 오지 않았다. 임주혁도 떠오르고 이연숙도 떠올랐다. 자식을 위해 콩나물국을 끓이는 임준생도 생각해 보았다. 그러다가 한 줄기 스산한 바람처럼 죽은 남편의 얼굴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이준석에게 전화를 걸었다.

    “요즘은 어떻게 지내니?”

    사람은 죽으면 흙이 된다, 남편도 죽어서 흙이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당 청년국에서 일을 하고 있어요.”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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