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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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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비정규직 제로화 정책에 속 태우는 민간기업들

  • 기사입력 : 2017-05-2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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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정규직 제로화는 문재인 정부의 핵심 노동 정책이다. 문 대통령은 2016년 현재 32%를 웃도는 비정규직 비율을 OECD 평균인 18% 정도로 낮추기 위해 임기 중에 공공기관의 비정규직을 모두 없애는 ‘차별 해소’에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우선 정부·지자체 공공부문 상시 일자리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비정규직이 남용되지 않도록 ‘사용사유 제한제도’를 도입한다고 한다. 또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기업을 지원하고, 도급과 파견 기준을 마련해 대기업의 불법파견을 근절시킬 방침도 갖고 있다. 정규직과 동일 노동을 하면서 상대적으로 적은 임금과 열악한 환경에 있는 비정규직들에게는 쌍수를 들고 환영할 일이다.

    새 정부 방침에 따라 상당수 공공기관이나 공기업들이 앞다퉈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가 민간기업에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는데도 ‘눈치 빠른’ 대기업이나 중견 그룹은 정부 정책에 호응하는 모양새다. 롯데그룹이 기간제 근로자 1만명을 향후 3년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했고, SK브로드밴드는 위탁 협력업체 비정규직 약 5200명을 정규직으로 고용하는 자회사를 설립한다. 무학그룹도 기간제 근로자 주부사원 90여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도내 기업으로는 첫 사례다. 무학그룹은 새 정부 정책 기조에 발맞추고 양질의 일자리 추가 창출에 공감한다고 밝혔지만, 정부 ‘눈치 보기’가 아닌지 뒷맛이 개운치 않다.

    비정규직 제로화 정책이 공공부문에 확산되면 민간기업은 상당한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여력이 되는 대기업들은 정부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 것은 물론 앞장서면서 점수까지 딸 수 있다. 하지만 자금 사정이 넉넉하지 못한 중견·중소기업들은 ‘벙어리 냉가슴’만 앓을 공산이 크다. 이들은 비정규직이 절반 수준인 현실에서 정부가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 인건비 부담으로 기업 운영은 물론 신규 채용도 어려워질 수 있다고 하소연한다. 정부는 이런 실정을 감안, 비정규직 해소가 개별 기업 실정에 맞게 순차적으로 이뤄지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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