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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사랑의 아련한 추억- 정현숙(서양화가·송아미술영재교육원장)

  • 기사입력 : 2017-05-2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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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 시절 자연을 친구 삼아 논두렁 밭두렁을 뛰어다니며 흙과 함께 살아왔다. 감나무 가지에 감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날이면 감꽃으로 왕관을 만들어 써보기도 하고, 꽃반지도 만들며 동화 속의 주인공이 되곤 했다. 이런 생활들은 고스란히 가슴속 깊이 남아 있고, 지금은 아련한 추억이 됐다.

    20대 중반부터 사회교육자로 생활하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미술을 지도하게 됐다. 당시 작가로서 왕성한 활동을 하던 지인의 추천을 받아 화가로 입문했다. 2010년 제1회 개인전부터 2016년 제6회 개인전까지 전시회 테마는 모두 ‘사랑의 아련한 추억’이었다.

    작가와 사회교육자로서 역할을 동시에 해야 하기 때문에 작품 활동에 어려움을 겪을 때가 아주 많다. 하지만 ‘부파만 지파참’, ‘느린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멈춰 있는 것을 두려워하라’는 중국 속담을 마음속 깊이 새기면서 작품 활동에 몰두하고 있다.

    제7회 개인전은 내면에 잠재돼 있는 감수성을 예술성으로 승화시켜 창작이라는 제2의 작업을 통해 작품으로 표현하고 싶다. 필자의 작품은 현대적인 회화기법을 이용해 인간과 공조하면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음미하고, 형상들을 노래하며 그 소중함을 깨닫게 하는 것이다. 작품 깊숙한 곳까지 작가가 살아온 삶의 흔적들이 또 다른 무언의 형상들을 수없이 만들어 주곤 한다.

    아침 운동을 하며 흙냄새 물씬 풍기는 둘레길을 걷는 것이 행복한 일상이 됐다. 캔버스 앞에서 작업에 몰두하다 보면 찰나를 스친 것 같은데 저녁에 시작한 작품이 새벽녘까지 이어질 될 때가 많다. 이럴 때는 흙냄새 피어나고 풀 향기 가득한 흙길을 걸을 때와 똑같은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이른 아침 마당에 나가보면 이슬 맞은 감꽃이 내게 인사한다. 마당에 떨어진 감꽃을 밟을 때면 어린 시절 추억들이 파노라마가 되어 뇌리를 스쳐 지나간다. 이러한 추억들을 담고 또 담아 산고의 고통을 이겨내며 그린 작품들이 다반향초와 같이 고스란히 많은 사람들의 가슴속 깊이 사랑의 아련한 추억으로 영원히 남아 있으면 좋겠다.

    정현숙 (서양화가·송아미술영재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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