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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7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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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091) 제19화 대통령선거 21

“호프 한잔할래요?”

  • 기사입력 : 2017-05-1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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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명준은 캐피탈회사에 다니는 사람으로 주로 저녁시간에 골프연습장에 나왔다. 안경을 쓰고 있었는데 넥타이를 단정하게 매고 있었다.

    “필리핀은 치안이 좋지 않아. 걸핏하면 총 맞아 죽는데 무서워서 어떻게 가?”

    황 사장이라는 사람이 말했다. 사람들이 일제히 웃음을 터트렸다. 서경숙은 선거가 끝나면 외국에라도 한 번 다녀와야 하겠다고 생각했다.

    “서 여사는 골프 치러 안 나가십니까? 이제 날씨도 좋지 않습니까?”

    황 사장이라는 사람이 서경숙에게 물었다. 몸이 뚱뚱한 편이지만 단단한 체격을 갖고 있었다. 문득 이런 남자가 위에 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아마 숨이 막히겠지. 그래도 한번 해보고 싶다. 서경숙은 술을 마시면서 엉뚱한 생각을 했다. 그러자 얼굴이 달아오르고 숨이 차는 것 같았다.

    ‘내가 미쳤어.’

    서경숙은 무엇인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했다. 최근에 남자들을 보면 그와 사랑을 나누는 생각을 하고는 했다. 저 남자는 얼마나 큰 물건을 가지고 있을까. 저 남자는 어떤 테크닉을 가지고 있을까. 저 남자가 내 몸속에 들어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고는 했다.

    “쟨 VIP회원권 있어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칠 수 있을 거야.”

    민 언니가 황사장에게 말했다.

    “누가 내기 골프 한번 안 하나?”

    “내기 골프 좋아하면 큰일 나요.”

    황 사장의 말에 조명준이 반박했다.

    골프연습장에 출입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거드름을 피는 사람이 많았으나 사기꾼도 있었다. 내기 골프를 쳐서 수억원을 날린 사람도 있었다.

    “경숙씨, 뭐하고 있어요? 호프 한잔할래요?”

    임준생에게서 문자가 왔다.

    “네. 어디서 뵈어요?”

    사람들과의 대화가 지루해지고 있던 참이었다. 서경숙은 빠르게 답신을 보냈다. 그를 만난 지 꽤 여러 날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광화문에 소시지 맛있게 굽는 집이 있어요. 일단 덕수궁 앞으로 와요.”

    “네. 나갈게요.”

    서경숙은 임준생과 약속했다. 서경숙은 정치인들을 만나지 않은 탓에 모처럼 즐겁게 식사를 하고 술을 마실 수 있었다. 왁자한 술자리가 끝난 것은 거의 두 시간이 걸렸을 때였다.

    사람들이 노래방이나 단란주점에 가자고 할 때 서경숙은 그들과 헤어졌다. 민 언니와 정수련에게는 선거 끝나고 만나기로 했다.

    최명수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덕수궁으로 갔다. 밤인데도 거리에 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있었다. 날씨가 따뜻해지고 있는 탓이다. 임준생은 덕수궁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회색의 트렌치코트를 입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제가 늦었죠?”

    서경숙은 임준생에게 화사하게 미소를 날렸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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