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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 20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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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마저 외면한 땅에 ‘사랑의 빵 동전’ 모여 학교를 짓다

[기획] 안대훈 기자의 월드비전 네팔 동행 취재기
네팔 남동부 모랑지구 84만명 중 43%가 9개월 이상 식량부족, 40% 영양부족으로 고통받아
하위 구역 7개 마을 주민들, 화장실 없거 물 부족 시달려

  • 기사입력 : 2017-05-08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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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뙤약볕 아래 땅이 쩍쩍 갈라졌다. 메마른 대지 위를 맨발로 뛰어다니는 아이들의 발바닥엔 굳은살이 박였다. 하지만 건조한 날씨에 몸을 적셔줄 물가에는 쓰레기가 수북이 쌓여 있어 접근조차 어려웠다.

    도로는 온통 흙먼지와 매연으로 가득 찼다. 그 옆을 지날 때마다 사람들은 손으로 코와 입을 막았다. 신호등도 없는 도로 위를 차량과 오토바이, 자전거, 사람들이 위태롭게 오갔다.

    이처럼 위험한 환경에 아이들은 그대로 노출돼 있었다. 이곳에서 아이들이 안전한 곳은 있을까라는 의문마저 들었다. 최소한 학교에서만이라도 아이들이 안전하게 뛰놀고, 깨끗한 물로 손발을 적실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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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4일 네팔 모랑지구의 시스바니 마을에서 만난 두 아이가 길바닥에 주저앉아 맨손으로 밥을 먹고 있다.

    ◆네팔의 모랑으로 떠나다= 지난달 3일 오전 11시께 네팔 카트만두로 떠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6시간에 걸쳐 도착한 카트만두에서 하루를 묵고 다음 날 다시 1시간가량 비행기를 타고서야 네팔 남동부에 위치한 코시 존(Zone) 모랑 지구(Morang District)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곳을 찾은 이유는 모랑 지구의 55개 마을 중 가장 열악한 7개 하위 구역(Baijnathpur, Bhaudaha, Dangraha, Haraicha, Jhorahat, Lakhantari, Sisbani Badhara)을 살펴보기 위해서다. 이곳 주민들은 사회적 차별을 받는 소수 민족이 대다수다. 주민들은 남의 밭에서 일을 하거나 주인이 없는 땅을 개간, 일용직 노동을 하며 근근이 살아가고 있다. 미래에 대한 희망을 얻기 어려운 어른들은 쉽사리 알코올 중독에 빠져 자녀들은 제대로 된 양육조차 받기 어려운 형편이다.

    이러한 까닭에 월드비전은 지난 2005년부터 모랑 지역의 결연아동 3000여명을 지원하면서 마을의 변화와 주민의 자립을 목표로 10~15년의 장기 개발사업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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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시데브 마을에서 만난 아이들이 카메라를 신기한듯 바라보고 있다.

    ◆열악한 환경, 아이들 위험에 노출

    월드비전에 따르면 모랑에는 84만여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이 중 43%는 1년 중 9개월 이상 식량이 부족하고, 약 40%는 영양부족으로 고통받고 있다.

    위생보건 환경은 더욱 열악하다. 화장실이 없는 가구가 전체의 60%에 달하고 특히 가장 열악한 7개 마을은 화장실 설치 비율이 제로(0)에 가깝다. 손을 씻는다는 개념도 부족해 월드비전이 지원하는 학교에서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손 씻는 법을 가르치는 지경이다. 안전한 식수를 구할 수 있는 가정의 비율은 약 84%였지만 이는 걸어서 10분 이내에 식수를 구할 수 있는 경우를 의미한다. 나머지 가난한 이들은 최소 10분 이상을 걸어가야 마실 물을 구할 수 있다. 손만 뻗으면 깨끗한 물이 펑펑 나오는 우리나라와는 다르다. 우물 깊이도 충분치 않아 우기(연중 비가 많이 오는 시기)가 오면 식수 오염이 심각한 편이다. 때문에 5세 미만 아동 중 절반가량은 설사 등 수인성 질병에 걸린다.

    4일 시스바니(Sisbani) 마을에서 만난 네살배기 두 남자 아이들은 길바닥에 주저앉아 맨손으로 밥을 먹고 있었다. 한 아이는 바지조차 입지 않은 상태였다. 파리떼가 아이들 곁에서 쉬지 않고 왱왱거렸다.

    현지 관계자는 오래 사는 사람이 많음에도 네팔의 평균 수명이 69.6세(우리나라 81.9세)인 이유는 영아 사망률이 높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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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장난 식수 펌프에 아이들이 모여 있다.

    ◆경남에서 모인 동전, 아이들 위한 안전한 학교 만들다= 우리가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동전. 기껏해야 자판기 앞에서나 떠올리는 동전이 모랑에서는 작지만 소중한 기적을 만들어낸다.

    월드비전 경남지역본부는 올 1월부터 3년간 모랑의 아이들을 위해 5억여원을 투입, 아이들에게 안전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학교 건물을 세우고 식수·위생시설을 설치하는 사업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재원은 경남지역 학생들이 ‘사랑의 빵 동전 모으기 캠페인’으로 한 푼 두 푼 모금한 동전으로 마련됐다.
     
    그 결과, 4월 4일과 6일 모랑 지역의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2차례 기공식이 연이어 진행됐다. 모랑지구 바이자나뜨푸르(Baijanathpur)의 시바지 초등학교(Shivaji Primary School)에 교실 2개를 수용할 수 있는 ‘건물 1동’과 ‘남녀 구분된 화장실 1동’이 지어지고, ‘물탱크 1기’가 설치되는 것이다. 브하우다하(Bhaudaha)의 썬다 중학교(Sundar Lower Secondary School)에서도 마찬가지다.

    비좁던 교실에 여유가 생기고, 악취가 풍기고 칸막이마저 없던 화장실이 쾌적하게 구분되고, 깨끗한 물을 마음껏 마실 수 있는 환경으로 거듭날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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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6일 네팔 모랑지구의 썬다 중학교(Sundar Lower Secondary School)에서 기공식을 하고 있다.


    ◆“Please come again”…기자의 가슴을 아프게 한 한마디= 네팔 현지인을 취재할 땐 네팔어에서 영어로, 영어에서 한국어로 2단계 통역 과정을 거쳐야 했다. 곧바로 소통할 수 없는 답답함이 컸다.

    하지만 무엇보다 한 사람의 말이 두 사람의 입을 거치는 동안 그 속에 담긴 진심이 조금씩 옅어지는 것 같아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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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팔 수도 카트만두에서 한 여성이 가정에서 사용할 물을 통에 받고 있다.


    그러던 중 듣게 된 말 한마디가 가슴을 저리게 했다.

    4일 시바지 초등학교에서 만난 아이. 그리고 6일 모랑에서 카트만두로 돌아가기 전 들렀던 조라햇(Jhorahat)에서 만난 육손이(다지증·손가락이나 발가락이 한쪽에 6개 이상 존재하는 경우)였던 아이. 서로 얼굴도 모르던 두 아이는 떠나는 내 손을 붙잡고 똑같이 말했다. “Please come again.(다시 와주세요)”

    제발 다시 돌아와 우리에게 도움을 달라는 의미였다. 영어를 할 줄 모르던 두 아이가 이 한마디를 전하기 위해 준비했을 모습이 눈에 선했다. 간절함이 느껴져 마음이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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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시데브 마을의 한 아이가 하수로의 악취 때문에 손으로 코와 입을 막고 있다.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고픈 이들은 월드비전 경남지부로= 월드비전은 국제구호 개발단체다. 한국은 1991년까지 해외 후원자들의 도움을 받다가 자체적인 모금 활동을 통해 도움을 주는 나라로 바뀌었다. 결연 후원으로 가난과 질병으로 고통받는 아이들을 위해 매월 3만원씩 정기적으로 제공함으로써 아이들은 교육을 받을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또 아이들 부모에게도 소나 닭, 염소와 같은 동물을 제공해 일자리 개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수익 창출을 할 수 있게 도와주고 있다.



    특히 ‘사랑의 빵 동전 모으기’는 얼마 되지 않는 동전 모금을 통해 학교를 지어주는 의미 있는 활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월드비전의 자세한 사업 내용과 다양한 후원 방법은 월드비전 홈페이지(www.worldvision.or.kr)나 전화(월드비전 본사 ☏ 02-784-2004, 경남지부 ☏ 055-255-9393)로 문의하면 된다.

    안대훈 기자 adh@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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