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 유승민 대선후보가 내우외환에 빠져 있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 지지율이 2~3%에 불과해 고민이 깊은 차에 당 내부 여기저기에서 낮은 지지율을 이유로 후보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바른정당 내 비(非)유승민계 의원들이 승산 없는 싸움에 힘을 쏟지 말고 일찌감치 훗날을 도모하는 것이 낫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바른정당 이종구 정책위의장은 16일 출입기자들과 점심을 함께 한 자리에서 사견임을 전제로 “투표용지 인쇄 시기인 29일까지 기다려보고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 후보에게 사퇴를 건의해야 한다”면서 “후보가 사퇴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당대당 통합은 아니더라도 바른정당 의원들이 안철수 지지를 선언해야 한다. 한국당 내 비박(비박근혜)계까지 힘을 합쳐 국회의원 100여명 정도가 안 후보 지지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정책위의장이 지금까지 당내 물밑에서 나돌던 ‘후보 사퇴론’을 사실상 공론화한 것이다.
유 후보 측은 이 의장의 발언을 개인 의견으로 치부하며 애써 의미를 축소했으나, 선대위는 이 발언이 전해진 후 발칵 뒤집힌 것으로 알려졌다.
선대위 내에서는 지난 13일 첫 대선후보 TV토론회에서 유 후보가 가장 선전했다는 평을 듣고 있는 마당에 이 정책위의장의 발언이 알려지자 “토론회 선전으로 상승세를 탈 기회가 왔는데 당 내부에서 자신들이 뽑은 후보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격앙된 반응이 쏟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유 후보 측은 이 같은 후보사퇴 요구는 지지율 부진이 근본원인이기 때문에 당 내부의 불신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남은 기간 5차례 TV토론 등을 통해 지지율 반등에 사력을 다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이 의장은 자신의 발언이 일파만파로 문제가 되자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오찬에서 제가 말씀드린 내용 중 후보와 관련한 여러 가지 가능성에 대한 것은 전적으로 저의 개인적인 견해”라고 해명했다.
이종구 기자 jglee@k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