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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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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056) 제18화 푸른 기와지붕 사람들 46

‘그림이 정말 좋구나’

  • 기사입력 : 2017-03-2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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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갤러리로 돌아오자 심은지가 청년작가전에 대해서 보고했다. 청년작가들의 반응이 좋아서 많은 사람들이 전시하고 싶어한다고 했다.

    “안녕하십니까? 답십리고미술상가의 송인호입니다. 전에 갤러리 개관식 때 잠깐 이야기를 나누었지요. 기억하십니까?”

    송인호가 전화를 걸어온 것은 오전 10시가 되었을 때였다. 갤러리를 오픈했을 때 이름을 알 수 없는 화가의 그림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었다.

    “예. 기억합니다.”

    “한번 오신다고 했는데….”

    “죄송해요. 제가 일이 좀 바빴어요.”

    “오늘 시간 낼 수 있습니까?”

    “몇 시에요?”

    “오전에요. 제가 가게를 정리하기로 해서요.”

    “그럼 지금 가겠습니다.”

    서경숙은 최명수에게 차를 대기하라고 지시하고 심은지에게 같이 가자고 말했다. 가게를 정리한다는 것은 판다는 뜻이었다. 서경숙은 그 화가의 그림이 보고 싶어졌다.

    “답십리고미술상가로 가요.”

    차에 타자 최명수에게 지시했다.

    “관장님….”

    심은지가 의아한 표정으로 서경숙을 살폈다.

    “그림을 보러 가는 거예요. 한번 보는 것도 좋아요.”

    서경숙은 심은지에게 송인호를 만난 이야기와 대학생 때 그림 다섯 점을 산 이야기를 해주었다.

    “관장님, 우리 갤러리에 걸렸던 그림은 수준이 높았어요.”

    “낙관이라고는 수 (秀) 자라는 글자 하나뿐이니 찾을 수 없었어요.”

    답십리고미술상가는 한적했다. 백화당을 찾아가자 송인호가 나와서 맞이했다. 송인호가 가지고 있는 그림은 모두 여섯 점이었다.

    ‘그림이 정말 좋구나.’

    서경숙은 속으로 탄복했다.

    송인호가 가지고 있는 그림 여섯 점은 모두 동양화인데 드물게 한복을 입은 여자가 등장하고 있었다. 그림 뒤에 <물을 긷는 여인> <밭을 매는 여인> <빨래하는 여인> <독서하는 여인> 등 제목이 적혀 있었으나 화가의 이름은 적혀 있지 않았다.

    “특이한 그림이네요. 서양화의 얼개를 가졌는데 동양화로 그렸어요. 동양화는 인물을 실사처럼 그리지 않는데 이 그림은 마치 사진을 찍은 것처럼 선명하게 그렸구요.”

    심은지도 예사로운 그림이 아닌 것을 알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 그림을 어떻게 하시겠어요?”

    서경숙은 커피를 타는 송인호에게 물었다.

    “한 점만 남기고 팔겠소.”

    “한 점은 왜 남기세요?”

    송인호가 왜 그림 한 점을 남기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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