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7일 (토)
전체메뉴

[거부의 길] (1031) 제18화 푸른 기와지붕 사람들 21

“갤러리가 아담하네요.”

  • 기사입력 : 2017-02-17 07:00:00
  •   
  • 메인이미지


    신윤영은 조선미술대전에 특선을 한 화가로 그림값이 비싸지는 않았다.

    “한 500만원….”

    “그림값 너무 비싸다.”

    “그림 하나 그리는 데 얼마나 걸리는 지 알아? 화가들의 열정과 공력을 생각하면 그렇게 말하는 거 아니야. 우리나라 작가들 중에도 그림 한 장에 몇십억 하는 작가들도 적지 않아. 500만원이면 아무것도 아니지.”

    “화가는 죽어야 그림값이 오른다면서?”

    “그래서 화가들을 죽이기라도 할 거야?”

    “그림이 있어야 죽이든지 말든지 하지.”

    민 언니와 정수련이 깔깔대고 웃었다. 그녀들이 차를 마시고 돌아가자 이동성이 왔다. 이동성은 그룹 산하에 미술관까지 갖고 있었다. 그러한 이동성에게 서경숙의 갤러리는 초라해 보일 것이다.

    “갤러리가 아담하네요. 화사하고요.”

    이동성이 싱글벙글 웃으면서 서경숙을 돌아보았다. 이동성은 어딘지 모르게 패기만만해 보여 지난번에 만났을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봄이 곧 올 것 같아서 화사하게 연출해 봤어요.”

    “봄은 봄인데 봄이 아니로다.”

    이동성이 유쾌하게 웃었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이 땅에 꽃과 풀이 없으니 봄이 와도 봄같지 않다는 동방규라는 인물의 시에서 나온 말을 80년 신군부가 등장했을 때 김종필 총재가 사용하여 더욱 화제가 되었다 .

    동방규는 전한시대의 절세미인 왕소군이 화친 때문에 흉노왕에게 강제로 시집을 가는 것을 보고 시를 지었던 것이다.

    “누가 한 말이에요?”

    “누가 했겠어요? 중국에서 이런 말 할 수 있는 사람이 공자님밖에 더 있겠어요?”

    서경숙은 대답을 하지 않았다.

    “이 그림은 아마추어가 그린 것 같네. 우리 미술관에 김한수의 공개되지 않은 그림이 있는 거 알아요?”

    김한수는 조선시대 영조 때의 화가로 국보급 그림 몇 점을 남겼다.

    “제가 어떻게 알겠어요?”

    “우리 집에 국보급 그림이 꽤 있어요.”

    서경숙은 대답을 하지 않았다. 이동성의 부친은 국보급 문화재를 닥치는 대로 사 모았고 국가에 신고하지 않은 국보도 많다는 소문이 있었다.

    “김한수가 춘화도를 그린 것 알아요?”

    “인터넷에 퍼진 거 몇 개 봤어요.”

    “나한테 김한수의 춘화도가 있는데 보고 싶지 않아요?”

    “요즘 야동도 많은데 굳이 춘화도를 보겠어요?”

    “품격이 다르지요.”

    이동성이 낄낄대고 웃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