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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광장(廣場)에서 철인(鐵人)으로- 조진래(경남개발공사 사장)

  • 기사입력 : 2017-01-1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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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촛불이 광장을 뒤덮고 태극기 또한 출렁입니다. ‘최순실 게이트’에서 비롯된 분노는 이제 치열한 진영논리로 비화되고 있습니다. 위기에 봉착한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선 민주주의의 발상지인 고대 아테네 민주정의 성쇠(盛衰)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테네는 페르시아 전쟁에서 승리하면서 ‘페리클레스의 황금기’라 불리는 민주주의를 꽃피웠습니다. 그러나 뒤이어 펠로폰네소스 전쟁에서 스파르타에 패배하고 국운이 쇠퇴하면서 끝내 알렉산더 대왕에게 멸망했지요. 황금기에서 멸망에 이르기까지는 여러 요인이 있겠으나, 페르시아 전쟁에서 승리한 후 지나친 자신감에 도취된 패권(覇權) 추구에서 비롯됐다고 봅니다. 그 결과 외부적으로 도시동맹의 와해, 내부적으론 포퓰리스트의 등장이 아테네의 패망을 초래합니다.

    특히 포퓰리스트의 등장은 치명적이었는데, 그들이 조장한 갈등과 분열은 돌이킬 수 없는 공동체 붕괴를 촉발했습니다. 특히 도편추방제(ostrakismos)를 정적(政敵) 제거 수단으로 악용해 사회는 더욱 혼란 속으로 빠져들지요. 도편추방(陶片追放)이란 시민이 도자기 조각에 아테네에서 추방해야 하는 사람의 이름을 쓴 다음 개표 결과에 따라 당사자를 10년 동안 추방하는 제도인데, 정쟁의 도구로 전락하면서 처음의 선한 취지를 잃게 됩니다.

    내부적으로는 어떻습니까. 광장에 편승해 정권욕에 혈안이 된 포퓰리스트들의 기회주의가 판치고 있습니다. 국회가 헌법과 법률에 따라 대통령을 탄핵소추했다면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기다리는 것이 법치주의 아닌가요. 광장을 이용해 자신들이 탄핵소추한 대통령의 하야(下野)를 요구하고 헌재를 압박하는 모습에 그들이 공당의 대표요, 대선후보요, 법률가란 사실이 놀라울 따름입니다. 이제 촛불과 태극기 모두 광장을 떠나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야 할 것입니다.

    지금 난국의 해법은 ‘노블레스 오블리주(지도층의 높은 도덕적 책임)’를 갖춘 철인(鐵人·Strong man)정치에 있다고 봅니다. 우리 사회는 아테네 민중을 선동하던 포퓰리스트가 아닌 로마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으로 무장한 철인 리더십이 절실합니다.

    우리 주변의 4대 강국은 스트롱맨을 지도자로 선출했습니다. 우리도 스트롱맨의 리더십을 갖춰야만 그들에게 대응할 수 있습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 한 우리도 핵무장을 할 수밖에 없다고 중국에 말할 수 있는 스트롱맨이 필요한 것입니다. 사드 배치 역시 북핵으로부터 우리의 생존권이 달린 문제라고 역공할 수 있어야 합니다.

    노동, 교육, 복지, 경제민주화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도자는 상황에 따라 어려움을 알면서도 어렵지 않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하고, 어려움을 알면서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어야 합니다. 오직 국민과 국익을 위한 강한 리더십 그리고, 철저한 도덕성(노블레스 오블리주)을 갖춘 철인의 등장만이 ‘아포리아 대한민국’을 다시 대해(大海)로 이끌 수 있을 것입니다.

    조진래 (경남개발공사 사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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