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대선에서 판 데어 벨렌(가운데) 후보가 이날 초기 개표에서 승리한 것으로 나타나자 빈에서 지지자들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연합뉴스/
4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와 이탈리아가 치른 투표에서 엇갈리는 결과가 나왔다.
◆오스트리아 대선 극우 패배 = 오스트리아는 열세에 있던 중도좌파 성향의 무소속 알렉산더 판 데어 벨렌이 극우정당 자유당의 노르베르트 호퍼를 출구조사에서 7% 이상 앞서면서 사실상 승리를 확정했다.
호퍼는 출구조사 결과가 나온 뒤 패배를 인정했다.
호퍼가 당선됐다면 유럽에서는 2차 세계대전 후 첫 극우정당 출신의 대통령이 될 뻔했지만 아직 ‘나치’만은 안된다는 유권자들이 막판에 판 데어 벨렌에게 표를 던졌다.
자유당은 2차 세계대전 후 나치 부역자들이 세운 정당이다. 부재자 투표 부정으로 무효가 됐던 올해 5월 대선은 판 데어 벨렌이 0.6% 차이로 겨우 이겼지만 이번에는 격차가 그때보다 더 벌어졌다.
독일의 ‘독일을 위한 대안’과 프랑스의 국민전선, 이탈리아의 북부리그 등 유럽 내 극우정당들이 포퓰리즘의 물결 속에 영역을 넓히는 상황에서 호퍼의 당선은 극우의 기폭제가 될 뻔했지만 결과는 패배로 끝났다.
아직 이념적으로 극우를 주류 정치판에 받아들일 수는 없다는 메시지였던 셈이다.
◆이탈리아 개혁 개헌 부결 = 반면 이탈리아는 마테오 렌치 총리의 개혁 개헌안이 부결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출구조사에서 나타나 유럽을 이탈리아발 쇼크로 몰아넣고 있다.
유로화는 이탈리아 개헌 출구조사 후 당장 1.4% 하락하며 작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개헌 국민투표 출구조사 결과 반대가 54~59%로 찬성 41~46%에 월등히 앞섰다. 개혁 이미지가 강했던 렌치 총리는 이번 투표로 ‘기득권 정치인’으로 추락했고 오성운동 등 포퓰리즘 진영의 목소리가 커지게 됐다.
오성운동은 상원 의원 축소, 중앙정부 권한 강화 등 렌치 총리의 개헌안을 비난하면서 반대 운동을 주도했다.
비판론자들은 상원의 축소는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훼손해 민주주의에 역행하고, 총리에게 너무 큰 권력을 줘 이탈리아에 파시즘의 악몽을 가져온 베니토 무솔리니와 같은 독재자를 키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막대한 부실채권을 떠안은 이탈리아 은행들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개헌 반대에 성공한 오성운동이 이탈리아의 EU 탈퇴를 국민투표에 부칠 가능성도 있다.
프랑스, 네덜란드, 독일 등 내년 선거를 앞둔 국가에서도 극우, 포퓰리즘 정당이 강세를 보여 유럽은 당분간 정치적 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