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7일 (토)
전체메뉴

[거부의 길] (931) 제17화 부자들의 땅 ⑪

“그냥 전화 드렸습니다”

  • 기사입력 : 2016-09-27 07:00:00
  •   
  • 메인이미지


    멀리서 충주 남한강이 흘러가는 것이 보였다. 산과 산속에 있는 강이라 수량이 풍부하고 물살이 빨랐다.

    “여기에 별장 하나 지었으면 좋겠다.”

    정수련이 이마의 땀을 훔치면서 말했다. 능선까지 올라가는 데는 자그마치 한 시간이 걸렸다.

    그러나 능선에서는 충주 남한강이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울창한 잣나무 숲도 있었다. 임준생에게서 전화가 온 것은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땅콩과 오징어를 안주로 캔맥주를 마시고 있을 때였다.

    “아, 웬일이세요?”

    서경숙은 물에 발을 담근 채 전화를 받았다.

    “그냥 전화 드렸습니다.”

    “그래요? 어제 고마웠어요.”

    “아닙니다. 만나주셔서 제가 고마웠습니다. 즐겁기도 했구요.”

    “저도 즐거웠어요. 오늘은 무슨 일이에요?”

    “그냥 전화 드렸습니다.”

    “바쁘지 않으신가 보네요.”

    서경숙은 유쾌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의 전화를 받자 가슴이 뛰는 것이 느껴지면서 기분이 좋아졌다.

    “애인이야?”

    옆에서 민 언니가 눈을 흘기면서 물었다. 서경숙은 대답하지 않았다. 임준생과의 전화에 집중하고 싶었다.

    “오늘 저녁에 약속 있으십니까?

    “저는 지방에 있어요. 9시나 되어야 서울에 도착할 거예요.”

    “그럼 도착하는 대로 전화주십시오. 전화 기다릴게요.”

    “왜요?”

    “그냥….”

    임준생이 전화에서 망설였다.

    “네. 전화 드릴게요.”

    서경숙은 낮게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다. 임준생이 직접 전화를 걸어온 것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애인이구나. 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더니… 애인 맞지?”

    “뭘하는 사람이야?”

    민 언니와 정수련이 번갈아 물었다. 서경숙은 캔맥주부터 한 모금 마셨다.

    “누군지 말 안 해 줄 거야?”

    “그냥 아는 사람이야.”

    임준생이 어떤 사람인지 서경숙도 아직 알지 못하고 있었다.

    “얼굴에 꽃이 피던데….”

    “맞아. 애인이 분명해.”

    민 언니와 정수련이 번갈아 서경숙을 닥달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