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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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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문화기획] 감동, 공유, 공감… 손 끝으로 즐기는 문화

SNS로 들어온 문화예술

  • 기사입력 : 2016-08-02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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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좋아요’를 받는 데 열정적인 1020 ‘픽미(Pick Me) 세대’뿐만 아니라 돋보기를 쓰고 스마트폰에 집중하는 중장년층에게도 카카오스토리·페이스북·트위터·인스타그램 등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는 이제 일상이 됐다. 최근 SNS 이용자들은 친구와 안부를 주고받거나 맛집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의 취미나 관심사를 공유하고 인증하는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 문화 예술을 향유하는 방법도 달라지고 있다. 책을 사고, 미술관에 가고, 영화관에 가는 등 수동적으로 문화를 누리는 수단에서 한발 더 나아가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재가공하며 소통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그동안 문화예술을 즐기려면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야 하므로 사람들이 손쉽게 다가가기 어려웠다. 최근 제약이 적고 다가서기 쉬운 SNS 속으로 문화예술이 들어왔다. 손안에서 만날 수 있는 문화예술을 소개한다.

    책 읽는 인구가 줄어들면서 출판시장이 침체를 겪고 있다. 그런데 시집은 오히려 호황을 누리고 있다. 온라인서점 예스24에 따르면 올 상반기 시집은 27만5279권이 팔렸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3%(16만8781권)가 늘어난 수치다. 올해 초 윤동주, 김소월, 백석 시인의 초간본 열풍 영향도 있지만 그보다 큰 요인은 바로 SNS. 20~40대를 중심으로 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 SNS에 사진과 곁들이기 좋은 짧은 글귀를 찾기 위해 시를 읽는 이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SNS가 그간 흥행과 거리가 멀었던 시집의 부활을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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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일 오전 경남도립미술관을 찾은 관람객들이 전시 작품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찍고 있다./성승건 기자/

    ‘끝이/어딜까/너의/잠재력’, 얼핏 읽어 보면 청춘에게 꿈을 응원하는 내용의 시인 듯하다. 그러나 ‘SNS 시’ 장르를 개척한 하상욱 시인이 쓴 이 시의 제목은 ‘다 쓴 치약’. ‘내면을/바라봐/외모에/속지마’, 외모지상주의를 비판하는 시인가 싶었는데 제목은 ‘덜 익은 삼겹살’이다. 이게 바로 소위 SNS에서 뜨는 시의 형태다.

    하상욱의 시집 ‘서울시’는 23만 부가 판매됐다. 출간된 지 3년이 지났지만 매달 1000권씩 팔리고 있다. 문단의 내로라하는 시인들이 무색할 정도다. ‘서울시’는 당초 전자책으로 출판됐지만, 독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면서 종이책으로 출간된 케이스다.

    SNS에서 시가 각광받는 이유가 뭘까?

    출판업계 관계자들은 “복잡하고 어려운 글이 외면받는 시대에 시는 한눈에 읽히는 데다가 감동을 줄 수 있어 SNS를 사용하는 젊은 층의 호응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단문이고, 호흡이 짧아 SNS에 가장 적합한 문학이라는 평가다.

    SNS 시의 인기비결은 ‘공감’이다. 사랑, 일상, 가족, 인간관계, 취업 등 누구나 일상에서 고민하고 겪을 수 있는 일을 소재로 삼아 짧지만 공감할 수 있는 글로 풀어내 ‘내 이야기’ 같이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또한 다른 문학에 비해 짧아 읽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고 이해하기 쉬워 실시간으로 댓글과 공유가 가능한 점이 대중의 문화향유 욕구를 충족시키고 있다.

    최근 미술관에 가면 너도나도 스마트폰을 꺼내 셀카를 찍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전통적으로 사진을 못 찍게 하던 미술관에서 볼 수 없던 신풍속이다. 근래 경남도립미술관은 평일에도 인파가 북적인다. 도립미술관은 ‘앨리스가 그곳에서 발견한 것’, ‘N 아티스트 2016-새로운 담지자’라는 전시를 열고 있는데, 현재 추세라면 개관 이래 한 전시 최다 관람 인원 기록은 무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통 한 전시당 2만~2만5000명 안팎이 관람하는데 이번 전시는 한 달 만에 그 인원을 넘어서 현재 6만8000명 이상이 다녀갔다.

    정종효 경남도립미술관 학예팀장은 SNS를 그 비결로 꼽는다. 정 학예팀장은 “관람객들이 작품 앞에서 사진을 찍은 후 SNS에 인증샷을 남기면서 더 많은 인원이 찾고 있다”며 “비주얼 중심의 인스타그램 이용자가 늘면서 음악보다는 미술이 더욱 각광을 받게 된 데다 주변인들의 SNS를 보고 동참하는 관람객도 많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인스타그램에서 #경남도립미술관이나 #앨리스가그곳에서발견한것 등 이번 전시 관련 해시태그를 검색하면 각각 5800여개와 5900여개의 현장사진이 올라와 있다.

    그간 미술관들은 모든 촬영을 금지해왔다. 그러나 장기화되는 불황 속에 관람객 수 저하로 고심하던 문화계가 전시장 곳곳에서 찍은 사진을 SNS에 올리면 저절로 입소문을 탄다는 것을 알고 촬영을 허가했다. 그 결과 전시장의 조명과 작품들이 멋진 사진발을 연출하자, 인증을 좋아하는 젊은 층이 미술관을 찾기 시작했다. 미술관이 빗장을 풀자 미술관 문턱이 낮아진 셈이다. 미술관을 찾는 일이 쉬워지면서 ‘있어빌리티’(‘있어 보인다’에 능력을 뜻하는 어빌리티(ability)가 합쳐진 것)라는 신조어가 말하듯 멋있어 보이게 연출한 사진을 SNS에 올려, 미술관을 찾고 문화생활을 즐기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남들에게 알리려 인증샷을 찍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관람객은 늘었지만 카메라 플래시와 관람객 부주의로 인한 작품 손상 및 감상 방해, 모조품 제작 가능성, 저작권 침해 등 문제점도 적지 않다. N 아티스트 전에서 현장작업을 하고 있는 장건율 작가는 “일부 관람객은 전시장 길목에 누워서 사진을 찍기도 한다. 관람이 우선돼야 하는데 사진을 찍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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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 ‘큐(Q)’(연출 요세프케이)는 연극계 최초로 스트리밍 방송 구현을 시도해 국내 연극사에 한 획을 그었다. 지난 6월 24일 대학로 공연에 관객과 만나는 새로운 통로를 개척하고자 극 전체를 페이스북 채널을 통해 방송했다. 그 결과 실시간 시청자수 1040명을 기록했다. 스트리밍 시청자 수가 크게 많지는 않지만 소극장 공연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파격적인 시도였다.

    생중계는 연극 큐(Q)의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오후 8시부터 약 92분간, 무대에 설치된 7대의 카메라를 활용해 송출됐다. 200석이라는 소극장 규모를 감안하면 몇 배의 마니아들이 실시간 시청했고, 6000건 이상의 공유가 이뤄졌다.

    제작사 측은 “지방이나 해외에서 공연을 못 보는 관객들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였다. 소극장 공연을 실시간으로 모두가 볼 수 있도록 하는 시도에 많은 관심을 보내준 관객에게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생중계를 본 관객들은 “연극을 모바일 실시간으로 보다니 정말 놀랍다” “마치 실시간으로 촬영된 영화를 본 것 같다” 등의 후기를 남겼다. SNS의 영향인지 폐막 전주에는 입소문을 타고 연일 매진행렬을 이어가기도 했다.

    연극 같은 공연은 ‘접근성’이 매우 중요하다. 시간과 장소가 한정돼 있다 보니 연극무대가 밀집한 대학로를 제외한 대부분의 지방에서는 연극 한 편을 보려면 큰마음을 먹어야 가능하다. 그러나 손안의 스마트폰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공연을 볼 수 있게 되면서 대중과의 접근성을 높였다는 점에서 연극의 활성화를 위한 참신한 시도라는 평가를 받았다.

    SNS에서 문화예술 콘텐츠를 향유하는 이면에 저작권 침해 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한다는 단점이 있다.

    SNS의 특성상 저작권 침해 게시물이 ‘공유’나 ‘리트윗’ 기능을 통해 빠르게 퍼져나가면서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하지만 이를 단속하고 처벌할 방법이 마땅치 않아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SNS는 사적인 공간이므로 출처를 밝히지 않고 게시해도 괜찮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콘텐츠는 엄연히 저작권이 있으므로 무단 게시는 불법행위다. 또한 출처를 밝히더라도 원저작권자가 허락하지 않으면 복제해서는 안 된다. 저작권법 제37조에 따르면 △재판절차 과정에서의 복제 및 정치적 연설 △시사보도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공연방송 △시험문제 등을 제외하고는 출처를 표기해도 저작권법 위반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법원은 이용자에게 SNS 게시물의 저작권이 있다고 명시했다. 서울남부지방법원은 2013년 5월 한 출판사가 이외수 작가의 트위터 상의 글을 묶어 ‘이외수 어록 24억짜리 언어의 연금술’이라는 전자책을 내자 “짧은 트윗글에서도 촌철살인의 표현이나 해학을 담고 있어 이외수의 트윗글은 저작물”이라며 출판사 등에 벌금 1500만원을 선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이 같은 저작권 침해 게시물들을 단속해야 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의 대응은 미온적이라는 비판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SNS상에서 발생하는 저작권 침해 사례를 일일이 단속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개개인의 의식 개선이 가장 시급한 문제”라며 “실생활에서 지켜야 할 ‘에티켓’이 있듯 온라인상에서도 지켜야 할 ‘네티켓’이 있으나, 익명성 뒤에 숨어 이를 무시하는 이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정민주 기자 joo@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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