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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남북] ‘물고문’ 당하는 반구대 암각화- 지광하(사회2부 부장)

  • 기사입력 : 2016-08-0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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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시 울주군 언양읍 대곡천에 위치한 국보 제285호 ‘반구대 암각화’가 50년 넘게 ‘물고문’을 당하고 있다.

    암각화는 너비 8m, 높이 5m의 바위 절벽에 고래와 상어, 거북 등 바다동물과 사슴, 호랑이, 산양 등 육지동물, 사람이 작살로 고래를 잡거나 활을 들고 사슴을 쫓는 모습 등 300여 점의 회화로 구성돼 있다.

    반구대 암각화는 국내 선사미술의 최고 걸작으로 평가돼 1995년에 국보 제285호로 지정됐고, 2010년 1월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에도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반구대 암각화는 1965년 암각화 하류에 사연댐이 건설돼 장마철이나 집중호우 때에는 수면 아래에 잠기고, 갈수기에는 외부에 노출되는 상태가 이어지며 훼손이 가속되고 있다.

    문화재청과 울산시는 2001년부터 지금까지 반구대 암각화의 보존방법에 대해 이견을 보이며 갈등을 빚고 있다.

    문화재청은 사연댐에 수문을 설치해 현재 60m인 만수위를 52m로 낮춰 암각화를 보존하자는 입장이고, 울산시는 사연댐 수위를 52m로 낮추면 하루 7만t의 식수가 부족하고 댐의 기능도 상실한다며 반대하고 있다.

    울산시는 ‘생태제방’ 축조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생태제방은 암각화 앞쪽 80m 지점에 길이 440m, 높이 15m, 너비 6m의 둑을 쌓아 물이 암각화로 흘러가지 못하도록 하고, 제방 근처에 관람객을 위한 교량을 설치하는 것이다.

    문화재청은 반구대 암각화 주변에 생태제방을 쌓으면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어렵다며 부정적이다.

    문화재청과 울산시는 갈등을 빚으면서도 그동안 두 가지 보존방안에 합의하고 시도했다.

    2009년 말 국토해양부가 사연댐의 수위를 낮추는 대신 경북 청도 운문댐의 여유 수원으로 울산에 부족한 맑은 물을 공급하는 방안을 제시했고, 울산시는 대체수원 확보를 전제로 동의했다.

    하지만 대구 경북권의 맑은 물 공급사업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경제성이 없다는 결과가 나와 지금까지 진전이 없다.

    또 2013년 6월 국무조정실이 ‘가변형 임시 물막이(카이네틱 댐)’ 설치를 통한 암각화 보존방안을 제시해 최근까지 3차례의 모형실험을 진행했다. 그러나 3차례 모두 누수현상이 발생해 문화재청이 지난달 21일 이 사업의 중단을 선언했다.

    두 가지 보존방안이 무산되자 울산시는 다시 생태제방 설치를 요구하고 있다.

    문화재청은 이제 결단을 내려야 한다. 세계문화유산 등재도 중요하지만 보존이 더 시급하기 때문이다. 50년 넘게 ‘물고문’을 당한 암각화가 얼마나 더 견딜지 걱정된다.

    지 광 하

    사회2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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