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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6월 26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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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첫돌 맞은 경남창조경제혁신센터- 이상목(경제부장)

  • 기사입력 : 2016-04-2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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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돌은 걸음마를 상징한다. 젖먹이가 기어다니는 시기를 지나 비로소 일어서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면역력이 약한 상태로 각종 감염병을 이기고 스스로 서게 되니, 융숭한 대접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신설 기업이나 기관, 각종 조직 등 비생물체도 마찬가지다. 첫 일년 동안은 예상치 못한 난관을 넘어야 하고 여러 시행착오 끝에 자생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단계다.

    박근혜 정부가 최대 치적으로 삼고 있는 17개 시·도별 ‘창조경제혁신센터’도 마찬가지다. 기존 전통산업에 ICT(정보통신기술) 등 하이테크를 입혀 성장한계를 극복하고 안정적인 ‘민족 먹거리’를 만들겠다는 취지를 담고 출범했다. 지지난해 말부터 시작해 대부분 1년을 훌쩍 넘겼다. 초기엔 창조경제의 개념을 놓고 논란이 많았지만 지역별로 경쟁력 있는 산업군을 중심으로 지정돼 다양한 혁신활동이 이뤄지고 있다. 예컨대 서울은 문화, 경기는 IT, 인천은 항공, 부산은 유통·관광, 울산은 조선·기계 분야 등이다.

    경남은 전통 기계산업 바탕 위에 첨단정보통신기술을 융합하는 ‘메카트로닉스 허브’ 도약이 목표다. 17개 시·도 중 상대적으로 실속이 있어 보인다. 지난해 4월 9일 창원시 팔룡동 경남창원과학기술진흥원에서 전국 아홉 번째로 열린 개소식은 그 기대감을 높였다. 박근혜 대통령과 홍준표 지사, 안상수 창원시장, 지역구 국회의원,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 등이 대거 참석해 분위기를 고조시켰기 때문이다.

    두산을 전담기업으로 하는 경남센터는 이후 기계산업과 천연 물(水) 자원을 기반으로 메카트로닉스 허브 구축과 대체 물 산업 육성, 항노화산업 육성을 중점 추진해 창업 활성화와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에 보탬이 됐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세부적으로는 1년간 3개 분야 58개 창업기업의 보육을 실시했고, 실효적인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127억원의 투자 유치를 이끌어 냈다. 또 7년 이상된 69개 중소기업에 대한 혁신프로그램을 지원했으며, 신설-중소-대기업 간 상생 성공사례 모델도 이끌어 냈다. 특히 전담기업 두산이 보유한 110건의 특허도 중소기업에 무상지원해 상생발전을 도모했다. 이만하면 첫돌에 불과한 센터의 실적 치고는 부족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지역 산업계의 평가는 냉혹하다. 지난 1년간 창업 확산효과엔 대체로 긍정적이나 실질적인 후속 지원이 약하고 지역 기계산업의 첨단화 등 새로운 산업의 동력을 이끄는 데는 한계를 보였다는 지적이다. 특히 두산이 독자 전담기업이 되면서 도내 우주항공 분야 선도기업인 한국항공우주산업, 철도·방산 분야 선도기업인 현대로템 등 다른 기계 분야의 기술 확산은 이뤄지기 힘든 구조라는 것이다. 그래서 도내 다른 대기업도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개선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아울러 전통 기계산업에 IT, BT, NT, CT 등 각종 첨단기술을 접목해 산업의 혁신을 꾀하려는 노력이 필요한데 자체 기술개발이나 기술이전 등의 시도가 전혀 없었다는 뼈아픈 비판도 있다.

    이런 지적들이 첫돌잔치에 고춧가루로 여겨질 수는 있겠다. 하지만 경남센터가 본래 설립 목적을 충족하기 위해선 경청할 가치가 더 있어 보인다. 경남창조경제혁신센터가 박근혜 정부 임기 이후에도 존속되기 위한 자구책이기도 하다.

    이상목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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