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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문화기획] 진해에 들어선 ‘랜드아트’

자연 품은 ‘땅 위의 예술’

  • 기사입력 : 2015-12-1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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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원시 진해구 자은동 아트빌리지 space CHoA(club house of Art) 야외 공간에 들어선 대형 랜드아트, 오쿠보 에이지 作 ‘삼망’. ‘진해의 산과 바다 하늘을 바라본다’는 뜻으로 진해의 돌과 흙, 철로만 만들어졌다./space CHoA/


    우리가 걷는 광활한 땅이 작가의 캔버스로 변신했다. 물감과 붓 없이도 더 아름다운 색을 만들어 낸다.

    우리나라에서는 그 이름도 생소하기만 한 ‘랜드아트(대지미술)’. 축구장 크기의 3분의 2가 넘는 랜드아트 작품이 진해에 들어섰다. 단일 크기 작품으로 국내 최대 규모다.

    작품인 듯 작품 아닌 작품 같은 랜드아트. 진해의 산과 바다와 하늘을 품은 땅이 진해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랜드아트란?

    랜드아트는 암석, 토양, 나뭇가지, 눈 등 자연 소재를 이용해 대지를 미술 작품으로 삼는 예술의 한 장르를 의미한다. 자연과 대지를 활용한 작품이 키워드다. 국내에서도 새로운 미술교육의 한 유형으로 시도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랜드아트를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은 없는 실정이다.

    자연 속에서 만들어낸 작품이다 보니 랜드아트는 자연친화적이고, 작품의 제작 방법도 자연을 파괴하거나 변형시키지 않는 것이 핵심이다.

    자연에서 만들어진 작품은 계절의 순환으로 생기는 바람의 힘, 온도 변화 등으로 다시 자연으로 돌아간다. 눈으로 작품을 보고 귀로 작품을 듣는 랜드아트. 경남도립미술관 정종효 학예팀장은 “랜드아트 작품은 완성하는 순간 작가의 소유가 아니라 자연의 것, 관람자의 것이 된다”며 “사고 파는 행위조차도 의미가 없어진다”고 랜드아트를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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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론으로 찍은 랜드아트 ‘삼망’./구윤성 VJ/

    ◆오쿠보 에이지의 ‘삼망’

    진해 자은동에 지난 12일에 오픈한 아트빌리지 ‘space CHoA(club house of Art)’ 야외 공간에 들어선 대형 랜드아트 작품을 만든 작가는 세계적인 대지미술가 오쿠보 에이지(71)씨다.

    자연과 더불어 몸과 마음으로 느낄 수 있는 작품들을 채워 미술에 대한 또다른 장르를 선보이겠다는 스페이스 초아와 20년 가까이 우리나라에서도 꾸준한 활동을 해 한국문화를 잘 아는 대지미술가가 만나 자연환경과 잘 어울리는 작품을 완성했다.

    오쿠보씨는 “구상을 마친 뒤 작업에만 꼬박 101일이 걸렸다”며 “작업기간 동안 자연과 어우러져 생각하고, 함께 작업을 하는 사람들과 이 공간에서 같이 먹고 자면서 의욕적으로 작품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에 오면서 가야문화에 대해서 더 자세히 알게 됐는데, 가야가 일본 문화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진해에 머물수록 ‘내가 여기서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던 존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만큼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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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쿠보 에이지 作 랜드아트 ‘삼망’./space CHoA/

    ◆진해의 랜드아트가 랜드마크로

    작품 이름인 ‘삼망’은 ‘진해의 산과 바다, 하늘을 바라본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작품에 사용된 소재 모두 진해의 돌과 흙, 그리고 철로만 만들어졌다.

    사용된 자연소재와 작품 배치는 저마다 의미를 가지고 있어 흥미롭다. 작품 속에는 진해의 산과 바다, 육지를 형상화하고 현대미술의 조형성도 결합해 담아낸 것이 특징이다.

    바닥의 흰 돌은 봄이면 도심 곳곳에 흐드러지게 피는 진해 벚꽃과 겨울의 눈을 형상화했다. 작품 가운데 십(十)자 통로가 있는 사각형 구조는 동서남북 방위를 의미한다. 또한 돌의 크기에 따라 달라지는 변화, 모양 등은 현대미술의 추상적인 조형성을 보여준다. 사방을 둘러싼 산의 모양은 돌로 표현했는데, 작품 전체적으로 볼 때 진해의 자연환경과 의도된 형태가 결합해 사람과 자연, 자연과 자연의 어울림을 나타냈다. 자연 속에서 만들어져 다시 자연으로 돌아온 ‘삼망’은 진해의 산과 바다, 육지를 그대로 품은 ‘랜드마크’가 되기에 손색이 없다.

    ◆현대미술의 또다른 재미

    자연의 재료가 그대로 작품이 된 랜드아트 ‘삼망’은 접근하기 어려운 현대미술에 쉽게 다가가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는 평가도 있다.

    정종효 팀장은 “보는 사람과 작품 사이의 매개가 없기 때문에 사람들이 현대미술에 접근하는 것 자체를 어려워한다. ‘삼망’은 미술에 대한 또 다른 장르를 체험하고 즐길 수 있는 좋은 사례다”고 설명했다.

    스페이스 초아 정주혜 큐레이터는 “많은 사람들이 스페이스 초아의 공간 속 ‘삼망’을 자연스럽게 찾아와 즐길 수 있도록 운영해 나갈 계획이다”고 전했다. 창원시 진해구 냉천로 129번길 36-23. ☏ 551-8800. 도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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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대지미술가 오쿠보 에이지씨

    참된 의미의 랜드아트 자연과 공유하며 작업해야

    지난 13일 경남도립미술관 제1전시실에서는 윤복희 경남도립미술관장 등 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건축과 아트 사이의 자연’을 주제로 일본인 건축가 단 노리히코씨와 대지미술가 오쿠보 에이지씨의 아트 토크가 열렸다. 아트 토크 이전에 오쿠보 에이지씨와 인터뷰를 나눴다. 다음은 일문일답.

    ▲랜드아트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 랜드아트를 한다는 작가 중에서도 어떤 경우에는 실내 공간에서 인위적인 형태의 작품들을 만들기도 한다. 그런 작품들의 평가는 차치하고서라도 랜드아트가 참된 의미를 가지려면 야외에서 자연을 공유하면서 작업을 해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 다양한 활동을 하는 대지미술가들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점은 (대지와 자연을 생각하는) 그런 감정을 갖고 작품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미술의 다른 장르와 랜드아트의 차이는 무엇인가?

    - 조각가가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상당히 기술적인 역량이 중요하다. 다른 평면 예술도 마찬가지다. 랜드아트는 대지에 자연소재를 놓고, 던지고, 생각하며 작품을 만드는 과정인데, 기술적인 역량이 없어도 누구나가 다 가능하다.

    ▲누구나가 다 가능하다?

    - 그렇다. 이 사실이 작가로서는 상당히 위험한 부분이다. 누구나 랜드아트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작가와 일반인이 차별화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예술이 기술적인 것보다는 감각, 감성을 가지고 자연과 대화를 통해 풀어나가는 방식이기 때문에 일반인들과는 상당히 다른 고유의 방법이 있다. 작가 나름대로의 철저한 작품철학을 가지고 있어야 일반인이 흉내를 내는 것과 작가로서의 역량에서 차이가 난다.

    ▲세 곳을 바라본다는 의미 외에 작품의 다른 특징은?

    - 작품이 있는 곳의 노을이 정말 아름답다. 작품을 만들 때 계절의 변화, 절기에 따른 빛의 양에 따라 구도와 위치도 모두 계산해 만들었다. 추분이 되면 해가 질 때 동서남북으로 표현된 통로 안으로 빛이 들어오고 그림자를 만드는 장관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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